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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길 경제학자 Nov 25. 2023

한국의 새로운 성장 공식: 개인과 지역의 창조력

한국 성장 잠재력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서울대 김세직 교수는 이를  '1995년 이후 우리나라의 10년 평균 장기 성장률이 5년마다 1% 포인트씩 떨어지는 '5년 1% 하락' 법칙이라고 부른다. 한국의 성장 공식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한국의 전통적인 성장 공식은 전략산업 지원, 세금 인하, 규제 완화, 민영화, 시장개방, 투자 진작이었다. 미래 성장 산업을 지정하고 기업 환경을 개선해 주면 기업이 알아서 투자와 고용을 늘리는 방식이다. 분배 문제도 크게 고민하지 않아도 됐다. 투자와 고용의 혜택이 자연스럽게 중산층으로 확산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전 세계적으로 ‘고용 없는 성장’이 보편적인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기업이 투자를 늘려도 고용이 늘어나지 않는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자동화 기술의 발전으로 고숙련 노동자 외에 다른 노동자를 고용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다. MZ 세대를 중심으로 수동적인 노동을 요구하는 대기업 직장보다는 창의적이고 독립적인 일을 할 수 있는 창작자적인 일에 대한 선호가 늘고 있다. 자신이 만든 콘텐츠로 경쟁하는 새로운 유형의 기업인들은 고용을 늘려 회사를 확장하는 것보다는 자신의 라이프스타일과 콘텐츠를 보호하는 것에 더 관심이 크다. 정부의 투자 인센티브 정책에 반응하지 않는다.


4차 산업혁명 경제가 이처럼 고용을 높이기 어려운 경제다. 진보 학자 중심으로 기본 소득으로 경제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기본 소득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기본 소득이 고용을 늘린다고 주장하지만,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플랫폼과 창작자 중심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기본 소득 수혜자가 고용을 창출할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떤 성장 공식을 제시해야 하는가? 자유주의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개인이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개인의 창조력을 통한 성장 공식을 제시해야 한다. 한국의 보수정당이 이미 시도한 정책이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와 문화융성 정책을 다른 언어와 방식으로 복원해야 한다.


창조경제의 기본 단위는 산업이 아니고 창조 커뮤니티다. 더 늦기 전에 전국의 지역을 새로운 기업과 사업을 배출하는 창조산업 커뮤니티로 육성해야 한다. 기간산업과 첨단산업도 기존 입지를 중심으로 창조 커뮤니티로 발전해야 한다.


창조 커뮤니티 중심의 성장은 국가 중심 성장에서 지역 중심 성장의 전환을 의미한다. 한국은 산업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국가산업 체제를 선택했지만, 창조성과 차별성이 중요한 탈산업화 사회에서는 지역 단위의 창조산업이 성장을 주도한다.


지역 중심 성장은 또한 포용적 성장에 유리하다. 선진국의 균형적, 포용적 발전과 성장은 전통적으로 국가, 시장, 시민사회의 상호 견제와 균형에 의해 실현됐다. 문재인 정부 하의 한국 사회는 정부가 비대해진 반면, 시장과 시민사회는 위축되고 포획됐다.


한국은 이제라도 정부의 과대한 개입을 정상 상태로 환원시키고, 시장의 혁신 기능과 시민사회의 공동체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국가가 정치 양극화로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기 때문에 지역 단위에서 정부, 시장, 시민사회의 균형을 추구하는 추세다.


최근 서구 보수 진영이 내놓은 시장과 시민사회의 혁신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대안은 급진적 시장(래디컬 마켓)과 담대한 시민사회(빅 소사이어티)다.


급진적 시장은 시장의 급진적 혁신 기능을 의미한다 (에릭 포즈너, 글렌 웨일, 2019). 부분적 공동 소유제, 제곱 투표, 이민자 비자 경매, 독과점 타파, 데이터 공급 가격 지불 등이 급진적 시장의 대표적인 예이다.


담대한 시민사회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수상이 2010년 제안한 시민사회 강화 비전이다. 지역 공동체, 민간 자원봉사, 사회적 기업 등이 담대한 시민사회가 추구해야 할 공동체 사업이다.


한국의 신성장 공식의 키워드도 전통적인 작은 정부와 기업 지원에서 급진적 시장(래디컬 마켓), 담대한 시민사회(빅 소사이어티)로 확장해야 한다. 새로운 성장 공식을 구현하는 정책틀로 개인과 지역의 창조력 지원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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