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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길 경제학자 Nov 19. 2017

브런치북 <골목길 자본론>이 나왔습니다

골목길 경제학자의 브런치에서 발행한 글을 모아 책을 내게 됐습니다. 그동안 성원해주신 브런치와 독자들께 감사드립니다. 책 제목은 <골목길 자본론>입니다. 골목길이 미래의 도시 경제가 요구하는 새로운 자본이라는 메시지를 제목에 담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요즘 부쩍 자본론 이름의 대중적인 책이 인기입니다. 경제 불황을 반영한 현상입니다. 저성장 시대에는 아무래도 신성장동력에 관심이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최근 한국 독자의 사랑을 많이 받은 자본론으로 일본 츠타야 서점 창업자 마즈다 무네야키의 <지적 자본론>을 들 수 있습니다. 1983년 오사카에 처음 문을 연 이 서점은 30년 만에 일본 전역에 1,400여 개 매장을 내고 5,000만 명 가까운 회원을 모집하며 파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무네야키대표는 저서에서 자신의 성공 비결을 이렇게 밝혔습니다. "라이프스타일이요. 저희는 책을 파는 게 아니고 라이프스타일을 팔거든요."


그는 라이프스타일 디자인 능력이 필요한 분야는 무궁무진하다고 평가합니다. 소품목 대량 생산과 다품목 소량 생산이 모두 가능한 고도의 소비사회에서 품질과 제품 디자인만 제공하는 전통적인 상품 개발과 판매로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각 고객에게 가장 높은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맞춤형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안해주는 것, 그 기획 능력이 새로운 경제가 요구하는 자본이라는 것이죠.


과거에도 신자본론은 경제 성장이 둔화하는 시기에 주목을 받았습니다. 1960년대 미국 경제학자 게리 베커는 <인적 자본>에서 “교육이나 훈련에 대한 개인의 투자는 기계나 공장 등에 대한 기업의 투자와 동일하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인적 자본론은 인간의 노동을 단지 근로자 수나 근로 시간으로 측정하는 생산 요소로만 이해하는 기존 경제학을 비판합니다. 대신 노동에 대한 투자, 즉 근로자의 교육 수준과 훈련 정도를 생산성과 소득에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자본으로 인식합니다. 

 

1990년대에 경제와 사회 정책에 큰 영향을 끼친 자본론은 사회적 자본론입니다. 미국 정치학자 로버트 퍼트남(Robert Putnam)과 프란시스 후쿠야마(Francis Fukuyama)의 저술로 새롭게 조명받은 개념입니다. 국가와 사회의 경쟁력은 궁극적으로 구성원들의 상호 신뢰와 협력에 달렸지만 경제학에서는 공동체 능력을 생산요소로 이해하지 않았습니다. 이 같은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퍼트남과 후쿠야마는 "사람들 사이의 협력을 가능케 하는 구성원들의 공유된 제도, 규범, 네트워크, 신뢰 등 일체의 사회적 자산을 포괄하여" 사회적 자본으로 정의했습니다. 사회적 자본은 경제학에서 이제 물질적 자본, 인적 자본에 뒤이어 경제 성장의 중요한 자본으로 강조되고 있습니다.

 

저성장 시대에 도시는 새로운 성장과 혁신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일부 학자는 양극화, 포퓰리즘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중앙 정부의 대안으로 이들 문제에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도시를 제시합니다. 물론 모든 도시가 이런 기대에 부응할 수는 없습니다. 국가와 마찬가지로 사회 변화가 요구하는 새로운 자본을 확충한 도시만이 성공할 수 있습니다. 인적 자본, 사회적 자본, 그리고 무네야키의 지적 자본도 도시가 꾸준히 개발해야 할 자본입니다.


한국 도시에 또 다른 어떤 자본이 필요할까요? 한국 도시의 시대적 사명 '사람 중심 도시'라면 새로운 자본도 이를 실현하기 위한 자본이어야 합니다. 오랫동안 신도시 개발과 자동차 인프라 구축에 치중한 결과 한국 도시는 사람이 모이지 않는, 새로운 문화와 트렌드를 창출하지 못하는, 독특한 개성과 매력이 결여된 건조하고 획일적인 '자동차 중심 도시'로 전락했습니다.

 

다행히 2000년대 중반부터 새로운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했습니다. 상권 이라기엔 소박한 골목길에 매력적인 가게, 카페, 음식점이 들어서고, 독창적이고 전문적인 것, 개성 있고 특별한 것을 찾는 사람들이 모여든 것이죠.


골목길에서 놀고, 먹고, 즐기는 이들의 모습은 대형마트, 백화점, 아웃렛 등 대규모 유통단지에서 쇼핑하는 것에 익숙한 기성세대의 문화와는 사뭇 다릅니다. 1990년대 중반 홍대에서 시작되어 2000년대 중반 급성장한 골목길 상권은 연남동, 연희동, 부암동, 성수동 등 서울 내 20~30개 지역에 이릅니다. 전주 한옥마을, 부산 감천동 문화마을, 해운대 달맞이고개, 대구 김광석 거리 등 다른 도시의 골목도 관광지로 부상했습니다.


골목길은 이제 단순한 쇼핑 장소를 넘어 생활과 산업 공간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2000년대 후반부터 골목문화와 독립문화의 중심지 홍대에 스타트업이 들어선 것이 대표적인 변화입니다. 현재 그 수가 200여 개(로켓펀치 등록업체)로 늘어나, 홍대는 이제 강남 테헤란밸리와 구로 G밸리와 더불어 서울의 3대 창업 중심지로 자리 잡았습니다. 홍대 젊은이들은 예술과 문화 인프라를 기반으로 스타트업 산업이 형성된 이 지역에서 일하고 생활하는 ‘다운타운 라이프스타일'을 향유합니다. 아직은 소수지만 홍대의 ‘다운 타우너’들은 미래 도시 문화를 선도하는 트렌드 세터죠.

 

왜 골목길일까요? 일본의 근대 심미주의 작가 나가이 가후는 골목길이 서민의 삶이 온전히 보전된 '문화의 보고'라고 설명했습니다.


"골목에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서민이 살아가는 공간, 해가 드는 큰길에서 볼 수 없는 생활이 숨어있다. 고독하고 덧없는 삶도 있다. 은거의 평화도 있다. 실패와 좌절과 궁핍의 최후 보상인 태만과 무책임의 낙원도 있다. 서로 좋아 어쩔 줄 모르는 신혼살림이 있는가 하면, 목숨 건 모험에 몸을 맡기는 밀애도 있다. 골목은 좁고 짧기는 해도 풍부한 멋과 변화를 지닌 장편 소설과 같다 할 수 있으리라."


미국의 도시학자 제인 제이콥스는 골목길의 가치를 세 가지로 표현합니다. 다양한 건물, 걷고 싶은 거리, 안전하고 재미있는 장소. 쇼핑객만 만나는 백화점, 쇼핑몰과 달리, 골목길에서는 그곳에 삶의 터전을 잡은 주민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입니다. 살아보고 체험하기를 원하는 요즘 여행자들이 도시마다 골목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죠.


풍요로운 골목이 가득한 도시는 단순히 옛 정취를 느끼며 향수에 젖는 치유와 힐그 이상의 가치가 있습니다. 다양한 도시문화를 제공한다는 것은 곧 창조적인 인재와 그들이 도전하는 창조적인 산업을 유치할 능력이 있음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도시 경제의 다양한 공공재를 창출하는 골목길을 하나의 자본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기억, 추억, 역사, 감성을 기록하고 신뢰, 유대, 연결, 문화를 창조하는 사회자본인 셈입니다. 


앞으로도 저는 라이프스타일에서 미래를 찾는 작업을 계속하겠습니다. <작은 도시 큰 기업>, <라이프스타일 도시>, <골목길 자본론>에서 탐구한 공동체는 각각 작은 도시, 지역 도시, 골목길이었습니다. 라이프스타일 탐구의 다음 영역은 전 세계적으로 위기를 겪는 산업도시가 될 것 같습니다.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책 정보는 네이버 책 페이지에서 더 자세히 알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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