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기업의 성장을 돕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수요 창출과 판로 확대를 중시하는 구매 경제 개념이며, 두 번째는 로컬 콘텐츠 기술을 지원하는 공급자 경제 개념이다.
현재 한국 정부는 구매 경제 해법을 선호하고 있다. 구매 경제는 대기업과 공공 기관이 특정 지역의 소상공인이나 지역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선호하고 구매하여 해당 지역의 경제 발전을 촉진하고 지역 커뮤니티를 지원하는 경제 모델이다.
디지털 전환, 지역화폐, 온누리 상품권 등 콘텐츠 개발 기술에는 개입하지 않고, 수요 창출과 판로 연결에 집중하는 정부의 소상공인 정책은 개념적으로 구매 경제 카테고리에 속한다.
그러나 정부의 구매 경제 정책이 일시적인 소비 증가로 이어질 수는 있으나, 경쟁력이 있는 소상공인을 늘린다는 사인은 보이지 않는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소상공인 산업의 변화다. 정부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소상공인 산업이 공급자 경제로 전환되고 있다.
공급자 경제는 창조적 공급자가 자신의 독특한 제품이나 서비스, 즉 콘텐츠를 통해 직접 수요를 창출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험과 가치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의미한다. 이 접근 방식에서 중요한 것은 제품이나 서비스의 최종 결과물 자체보다는 그것을 만드는 과정과 이 과정이 고객에게 제공하는 독특한 가치와 경험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로컬에서 주목받는 기업들은 주로 자체 콘텐츠를 개발하고 고객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등 공급자 경제의 특성을 갖추고 있다. 구매 경제 솔루션의 성공은 궁극적으로 공급자 경제와의 효과적인 통합에 달려 있다.
구매 경제 해법에 대한 선호는 미국에서도 감지할 수 있다. 2022년 미국의 로컬 경제학자 Bruce Katz는 구매 경제가 지역 소상공인 성장의 핵심이라고 주장한다. 미국의 지역 소상공인 논의는 소수인 비즈니스에 집중되어 있는데, 이에 대한 그의 주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구매 경제가 주목받고 있다. 최근 시카고에서 열린 국립 소수 민족 공급 업체 개발 협의회 회의는 여러 정부 및 민간 부문 리더들이 참여한 주요 이벤트였다. 이는 정부와 사회 전반에 걸친 추진력을 반영한다. 연방 정부는 세계 최대의 단일 구매자로, 연간 수천억 달러를 지출하며, 이는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 흑인과 라티노 소유 기업의 성장을 위한 구매 경제의 활용 가능성이 점점 더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구매 시스템은 과도하게 법률적이고 관료적이며, 소수 및 여성 소유 기업에 대한 지원이 법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시스템은 종종 비효율적이고, 복잡하며, 사업 다양성 프로그램이 고임금 전문 서비스 산업에서 흑인과 라티노 소유 기업을 지원하는 데 실패하도록 만든다. 현재는 시장 만들기로의 근본적 전환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는 공급망 내에서 흑인과 라티노 소유 기업의 수를 증가시키기 위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협력해야 함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구매 관행 혁신, 목적 있는 데이터 수집, 자본 접근 및 혁신, 새로운 기술 플랫폼의 탐색, 새로운 중개자 및 생태계의 구축이 필요하다. 이러한 전환은 공공 및 민간 부문에 걸쳐 다양한 사업의 성장을 촉진하고, 더 넓은 범위의 계약 기회를 제공하여 궁극적으로 사업 소유와 성장에 대한 장기적 격차를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구매 경제만으로 지역의 소상공인 기업을 살릴 수 있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 기존 기업이 기회만 주어진다면 이를 활용할 수 있다고 가정하는 정책은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공급자 경제로 진화하는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공급자 경쟁력 확보가 지역 소상공인의 주요 과제다. 특히, 로컬 기업은 공급자 경제에서 성공하는 기업으로 보는 것이 맞다.
공급자 경제에서 성공하는 소상공인 기업은 다음과 같은 핵심 능력을 갖춰야 한다:
창조성과 혁신: 공급자는 시장의 기존 수요를 따르기보다는 자신의 창의력과 혁신을 바탕으로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창출한다. 이 과정에서 고유한 문화적 가치나 창의적 콘텐츠가 중심이 되어 소비자와의 감정적 연결을 촉진한다.
경험과 과정의 중시: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드는 과정 자체가 중요한 가치를 가지며, 공급자는 이 과정을 소비자와 공유함으로써 참여와 몰입을 유도한다. 이는 소비자가 제품의 제작 과정에 대한 투명성을 통해 더 깊은 이해와 연결감을 경험하게 한다.
커뮤니티 구축: 공급자는 소비자와의 직접적인 소통과 참여를 통해 강력한 커뮤니티를 구축한다. 이 커뮤니티는 공급자와 소비자 간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성장하며, 고객의 충성도와 제품에 대한 인식을 높인다.
시장에서의 차별화: 이 모델을 통해 공급자는 시장 내에서 독특한 위치를 확보할 수 있다. 제품이나 서비스의 제작 과정과 고객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독특한 가치는 모방하기 어려운 경쟁 우위를 제공한다.
공급자 경제는 공급자가 자신의 고유한 가치와 창의력을 통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이를 기반으로 시장을 개척하는 데 중점을 둔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전통적인 수요-공급 관계를 넘어서 공급자와 소비자 간의 보다 깊은 관계와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하며, 동시에 경제 내에서 창조적 산업과 문화 콘텐츠의 역할을 재조명한다.
현재 로컬 커뮤니티에서 주목을 받는 프로세스 이코노미는 공급자 경제의 한 예라고 할 수 있다. 프로세스 이코노미는 제품이나 결과물 자체보다는 그것을 만드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험과 가치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전략이다. 이 개념은 공급자가 단순히 물리적 제품이나 최종 결과물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이나 서비스가 생성되는 과정 자체를 중요한 가치로 여기고 이를 고객에게 판매하는 접근 방식을 강조한다.
공급자 경제에서 구매 경제 해법이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이유는 공급자 경제의 콘텐츠에 있다. 공공과 대기업은 대규모 구매를 위해 표준화된 제품 또는 서비스를 선호하며, 이는 맞춤형 제품을 제공하는 작은 공급자들과는 상반된다.
또한, 대규모 조직들은 법적 요구와 규제를 준수해야 하며, 신뢰할 수 있는 공급자와의 장기적인 관계를 선호한다. 복잡한 구매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어 새로운 공급자를 도입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공급자 경제 모델이 공공과 대기업의 구매 시장에서 작동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정부는 로컬 기업의 공급자 경제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로컬 비즈니스는 비즈니스 스킬, 기술 능력, 혁신적인 사고, 마케팅 전략 등 다양한 영역에서의 교육과 훈련이 필요한 기업이다. 특히, 지역 자원을 콘텐츠로 개발하고, 지역에 커뮤니티를 구축하며, 콘텐츠를 공간과 장소에서 구현하는 로컬 기술이 로컬 비즈니스의 성공에 중요하다.
전통시장, 로컬푸드, 문화예술 콘텐츠, 관광, 환경 등 구매 경제가 로컬 기업에 기회를 줄 수 있는 일부 제한된 영역은 예외지만, 전반적인 정책 기조는 공급자 경제 경쟁력에 두어야 한다. 구매 경제가 전체 지원 체제어서 중요한 구성 요소가 될 수 있지만, 그 자체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공급자 경제와 같은 보다 광범위한 전략과 결합되어야 한다.
<참고문헌>
Bruce Katz et al., Unlocking the Procurement Economy, The New Localism, May 20, 2022
오바라 가즈히로, 프로세스 이코노미, 인플루엔셜,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