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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길 경제학자 Mar 01. 2024

로컬의 본질은 정주성

로컬의 본질은 정주성


최근 로컬 현상을 유동성 관점에서 접근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로컬을 생활인구, 관계인구, 청년이주, 트렌드소비와 동일한 현상으로 보는 것이다. 과연 로컬이 유동성 현상일까?


로컬과 유동성이 무관하지 않음은 분명하다. 독특한 문화를 생성하는 소지역 생활권, 즉 로컬이 경제적으로 지속 가능해지기 위해서는 여행객과 연계된 인구 등 다양한 외부 소비자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실제로 수도권 청년과 소비자가 로컬의 매력을 발견하며, 로컬을 소비하는 중요한 고객층으로 자리 잡았다.


콘텐츠 측면에서도 유동성의 영향을 받는다. 수도권 지역과 마찬가지로 로컬도 공유 오피스, 공유 주거, 팝업 등 유동 트렌드를 수용해야 하고 실제로 수용하고 있다.


그러나 로컬이 유동인구와 유동 콘텐츠에 일부 의존한다고 해서, 로컬 자체를 유동성 현상으로 간주하기는 어렵다.


로컬의 본질이 정주성에 있기 때문이다. 행위로써 로컬이란 지역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역 고유의 콘텐츠와 기업을 육성하여 개인과 기업의 정주성을 강화하는 일이다.


로컬 브랜드와 브랜드 생태계의 미래는 지역 주민의 소비문화 변화에 달려 있다. 지역 주민이 로컬을 일상생활에 통합하고 소비해야만 로컬이 자생력을 확보할 수 있다. 외부 소비는 기본적으로 로컬 활성화의 보조적인 역할을 한다.


로컬이 변화하는 도시 생활 방식과 유동성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것은 맞다. 그 대응의 핵심은 기본 생활 인프라에 있다. 이동성과 유동성이 증가하는 미래에 글로벌 대도시든 소도시든, 미래 인재를 유치할 수 있는 생활 인프라의 구축이 필수적이다.


선진국 생활 인프라 논의는 복합용도 지역과 이 지역에 도입될 글로벌 콘텐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로컬 콘텐츠로 도심과 교외 도시를 활성화하는 논의는 아직 활발하지 않다.


뉴욕은 이러한 변화의 대표적인 예이다. 오피스 중심의 다운타운을 아파트로 전환하고, 교외 쇼핑몰을 다운타운형 상권으로 바꾸려는 노력을 통해, 뉴욕은 단핵 도시에서 여러 크리에이터 타운이 연결된 다핵 도시로 변모하고 있다.


유동성의 중요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유동성을 통해 새로운 인재와 자본을 유치하고, 정주성을 통해 지역 공동체를 강화하며, 두 요소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한국 지역의 우선순위는 정주성에 있다. 유동성은 외부인이 정주 콘텐츠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지역이 우선적으로 할 일은 정주성에 기반한 수요 창출과 콘텐츠 개발이다. 유동성에 기반한 수요 창출과 콘텐츠 개발은 보조적인 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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