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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길 경제학자 Jan 20. 2018

마천루 마린시티에 라이프스타일을 더하라

산토리니와 하버브리지와 맨해튼이 모두 있는 곳.


요즘 부산을 묘사하는 표현이다. 산토리니보다 더 아기자기한 감천마을, 하버브리지보다 더 아름다운 광안대교, 맨해튼에 비견되는 마린시티가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마린시티의 화려함은 정말 세계적이다. 아름다운 해변과 섬, 다리를 배경으로 우뚝 솟아 그 위용을 자랑하는 마린시티의 마천루 숲은 홍콩이나 뉴욕 맨해튼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서울에서도 볼 수 없는 대규모 고층건물 숲이 부산에 있는 것이다.



마린시티의 경쟁력은 '서울보다 더 높은' 마천루 그 자체다. 마린시티의 기획자들은 처음부터 이 마천루 숲을 핵심으로 삼았다. 덕분에 수많은 사람이 마천루 라이프스타일을 즐기기 위해 이곳을 찾고 또 이주해오고 있다. 이쯤 되면 서울을 추월한다는 대담한 기획을 한 마린시티의 기획자가 누구인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마린시티 이야기는 1988년 서울 올림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올림픽을 앞두고 정부는 부산에 요트장을 건설하기로 결정하고, 그 사업을 부산에서 대우실업을 창업한 내력이 있는 대우그룹에 맡겼다. 대우그룹은 수영만에 새로운 요트장을 만들었고 정부는 그 대가로 인근 바다를 매립할 수 있게 해 줬다. 대우그룹은 매립지역에 대규모 주상복합 단지를 계획했고, 특히 100층에 달하는 최고층 주상복합 건물을 포함시켰다.


하지만 1997년 금융위기가 터지자 재정이 어려워진 대우그룹은 개발권을 두산그룹에 매각했다. 두산그룹은 이곳에 초고층 주상복합 건물 두산위브 더 제니스를 지었다. 그리고 현대산업개발의 아이파크, 하얏트호텔의 파크하얏트 부산 등이 들어서면서 마린시티의 세계적 스카이 라인이 완성됐다.


부산이 자랑하는 마린시티가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의 아이디어였다는 사실은 흥미롭지만 또 한편으로 안타깝기도 하다. ‘서울을 능가하는 대담한 기획’을 한 주체가 부산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마린시티 개발 과정에서 부산의 역할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아이디어는 외부에 왔지만 이를 실행에 옮긴 건 부산이고, 안상영 전 시장 등 부산의 지도자들이 광안대교 등 마린시티의 주요 배후 인프라를 건설한 것도 분명한 업적이다.


마린시티를 두고 좋은 평가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마린시티의 성공신화 때문에 해운대 난개발이 발생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이미 달맞이 고개에 고층 아파트 단지를 건설한 부산시는, 현재 해운대 해수욕장에 제2의 마린시티를 건설하고 있다.* 해운대 해변의 자연과 경관을 훼손하는 사실은 차치하더라도, 과연 부산지역에 또 다른 마린시티를 수용할 수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부산이 새로운 마린시티보다 더 급하게 추진해야 했을 사업은 창조산업과 창조인재의 유치다. 마린시티 옆에 유치한 센텀시티는 부산을 대표하는 첨단산업단지지만 아직 지역 경제를 이끌 만한 기업과 산업을 유치하지 못하고 있다. 부산이 해운대 지역을 창조도시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고유의 라이프스타일을 활용해 새로운 산업과 기업을 키우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지금 해운대에 필요한 건 제2의 마린시티가 아니라 문화가 살아있는 골목길 상권이다.** 필자는 송정 해변이 해운대만의 새로운 골목길 상권을 형성하기에 아주 적절한 장소라 생각한다. 송정 해변은 낮은 건물, 아기자기한 길, 서핑스쿨 등 골목길 상권 조성에 유리한 도시 디자인과 문화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해운대와 송정을 잇는 동해남부선 철길이 도보길로 개통돼 이제 해운대에서 걸어서 송정을 갈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결국 포스트 마린시티 부산에게 남은 숙제는 단 한 가지다. 부산을 대표하는 해양성, 이를 활용해 개발한 마린시티와 센텀시티를 바탕으로 창조인재들이 해양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며 새로운 기업과 산업을 개척하는 자유롭고 개방적인 라이프스타일 도시를 완성하는 일이다. 이처럼 부산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완성할 때, 비로소 부산은 서울을 뛰어넘는 한국 최고의 도시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다.




골목길 경제학자 부산 강연에 초대합니다

일시: 2018년 1월 27일 오후 12시

장소: 예스24 수영점 F1963

주제: 라이프스타일에서 찾은 부산의 미래


*제2의 마린시티 엘시티가 2019년 완공됐다.


**동해남부선 폐선부지 주변에 골목상권이 들어섰다. 대표적인 골목길이 동해남부선 해운대역사 북쪽에 형성된 해리단길이다. 동해남부선 철길과 연결된 청사포와 송정해변 상권도 활성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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