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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길 경제학자 Jun 02. 2024

결국 오프라인이다

결국 오프라인이다


오프라인 공간에 관심이 많다. 이미 시작됐지만 미래에는 오프라인과 도시, 온라인을 넘나드는 '3대 축 크리에이터'가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이끌 것으로 전망한다. 브랜드 관점에서 볼 때, 이 중 오프라인 플랫폼이 3대 축의 중심축이 될 가능성이 높다. 온라인과 도시도 중요하지만, 브랜드와 고객이 가장 밀도 있게 상호작용하는 곳이 오프라인 공간이기 때문이다.


오프라인의 잠재력에 대한 지식과 정보가 부족하다고 항상 느껴왔는데, 이런 갈증을 새로운 책 한 권이 단번에 해소해 줬다. 최원석 대표의 '결국 오프라인’이다. 저자는 성수동 팝업 열풍을 일으킨 장본인이자 '프로젝트 렌트'를 통해 300개가 넘는 팝업 공간을 성공적으로 선보인 기획자다.


저자는 오프라인 공간을 단순 판매 공간이 아닌 미디어로 정의 내리고, 공간 운영에 대한 다양한 인사이트를 공유한다. 이커머스와 SNS로 대표되는 디지털 경제에서조차 오프라인 연결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 MZ세대로 일컬어지는 새로운 소비 세대의 등장 때문이다. 이들은 단순한 상품 구매를 넘어 브랜드와 관계 맺기를 원한다. 브랜드의 세계관과 가치관에 심층적으로 공감하고, 브랜드와 일상을 공유하며 특별한 경험을 체화하길 바란다. 그리고 이는 온라인보다 오프라인 접점에서 훨씬 효과적으로 구현될 수 있다.


저자는 팝업 성공 사례들이 브랜드 운영자에게 주는 교훈을 10가지 계명으로 정리한다. 먼저 공간이 단순한 하드웨어를 넘어 브랜드 스토리와 고객 경험을 아우르는 소프트웨어로 거듭나야 함을 강조한다. 구체적으로는 브랜드 정체성과 로컬 콘텍스트를 반영한 공간 설계, 상품 판매를 넘어선 브랜드 경험 제공, 희소성 있는 한정 콘텐츠 기획, 휴먼 터치가 가미된 스토리텔링, 고객과의 자연스러운 소통, 공간 자체를 하나의 미디어이자 브랜드로 인식하는 관점, 그리고 정량적 지표보다 고객 인사이트에 귀 기울이는 태도 등을 핵심 전략으로 제시한다.


평자에게 흥미로운 점은 오프라인의 구성 요소다. 저자는 오프라인 공간 요소를 장소, 공간, 콘텐츠, 커뮤니케이터 4가지로 분류하고, 이 중 커뮤니케이터, 즉 공간을 설계하고 브랜드 메시지를 전달하는 운영자의 역할을 특히 강조한다. 감각적인 공간 연출과 창의적인 콘텐츠 기획은 물론, 공간에서 고객을 맞이하는 애티튜드까지 모두 커뮤니케이터의 몫이기 때문이다.


장소는 어떻게 활용될까? 저자는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타깃 고객층에 부합하는 입지를 선정할 것을 강조한다. 거의 모든 장소적 환경에서 팝업을 성공적으로 운영한 저자를 보면 장소보다는 장소와 브랜드의 연결성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저자가 주로 활동하는 성수동의 장소성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궁금해진다. 많은 브랜드가 성수동을 선택한다는 것은 성수동이 팝업 성지로서 무언가를 만족한다는 의미다. 지역 대도시가 성수동과 같은 팝업 성지를 '개발'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더욱 궁금하다.


오프라인 미래에 대해서도 질문하고 싶다. 과연 리테일의 판도를 근본적으로 바꿀 파괴적 오프라인 모델은 없을까? 팝업과 3대 축 통합이 하나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오프라인 크리에이터들이 더 많은 오프라인과 옴니채널 실험을 통해 오프라인의 형태를 도시와 커뮤니티와 상생하는 방향으로 변화시키기를 바란다.  


누가 온라인-오프라인 통합을 주도할지에 대한 저자의 견해도 궁금하다. 저자의 지적처럼 오프라인을 연결하지 못하는 온라인은 차별화되기 어려운 시대다. 결국 온-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무는 통합적 브랜드 경험 구축이 관건인데, 여기서 오프라인 크리에이터의 역할이 핵심적이다. 오프라인 아이덴티티에 대한 이해와 공감, 사람에 대한 통찰을 겸비한 이들이야말로 브랜드와 고객, 그리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주체가 될 수 있다.


'결국 오프라인이다'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위기의 오프라인이 나아갈 길을 고민하는 브랜드와 크리에이터들에게 울림을 줄 문장들로 가득하다. 단순한 팝업 가이드북을 넘어, 온-오프라인 시대 브랜드 철학과 고객 관계에 대한 본질적 질문을 던진다. 무엇보다 디지털 경제에서 오히려 아날로그적 감성과 휴먼터치가 브랜드 차별화의 핵심 요소임을 환기시킨다는 점이 인상 깊다. 브랜드의 오늘과 내일을 고민하는 이들이라면 꼭 한 번 펼쳐볼 것을 권한다.


인상 깊은 문장을 소개한다.


"...내노라하는 완구 기업과 로봇 캐릭터를 만들며 결정적으로 일이 되게 하는 힘은 창의적 발상이 아니라 자본과 비즈니스 전략에 있다는 것을 통감했다." (p.011)


"...모두가 오프라인 위기를 거론하며 온라인으로 달려갈 때, 오히려 오프라인의 가능성이 새롭게 눈에 들어왔다. 아날로그만이 줄 수 있는 정서적 충만감에 온라인에서는 죽었다 깨나도 발견할 수 없는 오감 충족형 경험이 더해진다면, 오프라인이 강력한 마케팅 채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p.012)


"...공간을 만드는 과정에서 이런 질문을 하는 건축주는 드물다. 이 공간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p.043)


"브랜드의 핵심 가치는 아이덴티티의 영역이다. 아이덴티티는 제품의 기능으로 설명할 수 없고, 대체할 수 없는 세계관의 관점에서 찾을 수 있다." (p.064)


"한 사람의 인격은 스펙으로 측정할 수 없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그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 방향성, 비전, 행동 등을 통해 소비자에게 각인된다." (p.065)


"로컬다움이란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 그 지역만이 가진 이야기, 지역 특산품, 지역 특유의 건축 스타일도 지역 정체성을 대변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인 그들, 그 지역만의 독특함이 매력적인 콘텐츠로 재생산되고, 오프라인에 녹아들 수 있느냐다." (p.093)


"오프라인 콘셉트는 명징할수록 밀도가 생긴다. 밀도 있는 공간이 전달하는 이야기에 소비자는 설득된다." (p.118)


"프로젝트 렌트는...오프라인 매거진이라는 일관된 방향성을 유지하면서, 공간에서의 소비자 경험과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설계하고 이를 비즈니스로까지 확장하고자 하는 것이다. 오프라인은 단순한 세일즈의 공간이 아니라, 커뮤니케이션의 장소이자 어떤 광고 매체보다 영향력 있는 미디어로 전환되고 있기 때문이다." (p.191)


#크리에이터소사이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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