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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길 경제학자 Jun 26. 2024

창조도시 가이드북: 모노클 모델의 가능성과 한계

창조도시 가이드북: 모노클 모델의 가능성과 한계


한국 원도심의 창조도시 전환은 시급한 과제다. 로컬 브랜드와 크리에이터를 위한 환경 조성이 중요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창조도시는 더 포괄적인 계획과 지원을 필요로 한다.


많은 사람에게 창조도시 개념은 추상적이고 이해하기 어렵게 느껴진다. 창조도시 학자들이 개념과 이론 중심으로 창조도시를 설명하고, 실제 사례도 소수의 성공 사례를 소개하는 데 그치는 탓이 크다. 정부, 시민, 기업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실천 전략을 제시하는 자료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영국 라이프스타일 잡지 모노클의 '더 좋은 도시 건설을 위한 가이드북'은 흥미로운 모델을 제시한다. 이 가이드북은 창조도시 개념을 실용적이고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접근하며, 일반 독자들도 쉽게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모노클은 이 가이드북의 발행 취지를 "현대 도시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더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실용적인 아이디어와 혁신적인 접근 방식 제시"로 설명한다. 또한 "도시 계획자, 정책 입안자, 그리고 도시 생활에 관심 있는 모든 이들에게 영감을 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힌다.


모노클의 도시 가이드북은 체계적이고 포괄적인 구조로 구성되어 있다. 책은 서론과 본문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서론과 매니페스토를 통해 전체적인 비전과 핵심 대안을 제시한다. 


본문은 총 11장이며, 1-2장은 도시 사례와 문헌에 대한 소개, 3-11장은 도시의 다양한 주제에 대한 베스트 프랙티스를 소개한다. 1장 'Cities in Focus'에서는 20개의 대표적인 도시를 소개하며, 각 도시의 특징과 혁신적인 도시 계획 사례를 탐구한다. 2장에서는 도시에 대한 다양한 에세이를 통해 현대 도시의 과제와 가능성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한다. 


3장부터 11장까지는 여가와 즐거움, 이동성, 도시 영웅, 생활 방식, 일터, 도시 규칙, 문화 수도, 쇼핑·식사·숙박, 고층 건물 등 도시 생활의 핵심 주제별로 베스트 프랙티스들을 소개한다. 이러한 구성을 통해 독자들에게 도시의 다양한 측면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와 실용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이 가이드북의 핵심은 35개의 행동 강령으로 구성된 매니페스토다. 이 매니페스토는 도시 생활의 거의 모든 측면을 아우른다. 지혜로운 도시 계획, 시민 참여, 환경 보호, 경제 활성화, 문화 증진, 그리고 삶의 질 향상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이 매니페스토가 일반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역할을 크게 강조한다는 것이다. 또한 도시의 다양성과 유연성을 중시하며,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한다. 현대 도시가 직면한 복잡한 문제들에 대한 모노클만의 독특하고 실용적인 해답을 제시하며, 창조도시를 지향하는 도시와 시민들에게 구체적인 행동 지침을 제공한다.


35개 행동 강령

모노클은 35개 행동 강령을 매니페스토 형태로 제시한다. 이 매니페스토는 지혜로운 도시 계획부터 시작해 시민 참여, 환경 보호, 경제 활성화, 문화 증진, 그리고 일상생활의 질 향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측면을 다룬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일반 시민들의 역할을 강조하고, 도시의 다양성과 유연성을 중시하며,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1. Be wise, not smart: 단순히 기술적으로 스마트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삶을 개선하는 지혜로운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2. Buy a pot, some soil and a seed: 작은 식물 가꾸기로 시작하는 도시 환경 개선을 장려해야 한다.

3. Branch out: 도시에 크고 아름다운 나무를 심어 쉼터와 도시 브랜딩을 제공해야 한다.

4. Fix up, look sharp: 오래된 건물을 철거하기보다 개보수하여 역사와 창의성을 보존해야 한다.

5. Fight for diversity: 도시의 다양성을 보호하고 증진해야 한다.

6. Join the dark side: 야간 경제를 보호하고 육성해야 한다.

7. Make good maps: 보행을 장려하기 위해 명확한 지도와 길 찾기 표지판을 제공해야 한다.

8. Talk more: 도시 공간을 설계할 때 사람들 간의 소통을 촉진해야 한다.

9. Say yes: 규제를 완화하고 시민들의 자유로운 활동을 허용해야 한다.

10. Be tentative with tall living: 고층 건물의 부정적 영향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11. See the light: 조명을 통해 도시의 안전과 경제를 활성화하고 브랜딩해야 한다.

12. Pass the pooch test: 반려동물 친화적인 도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13. Be kinky: 직선적인 도로보다 구불구불한 길을 통해 도시에 매력을 더해야 한다.

14. Account for all ages: 모든 연령대를 고려한 도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15. Respect your rivers: 도시의 강을 재활용하고 적극 활용해야 한다.

16. Press for benches: 공공 벤치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투자해야 한다.

17. Bust a move: 다양한 교통수단의 조화로운 혼합을 추구해야 한다.

18. Have faith in the crowd: 시민 참여형 예산 결정 모델을 실험해야 한다.

19. But know when to say 'no' to the crowd: 때로는 전문가의 의견을 따라야 한다.

20. Make some noise: 도시의 소음을 생동감 있는 도시 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한다.

21. Don't build to speculate: 투기가 아닌 실제 거주를 위한 주택 건설에 집중해야 한다.

22. Meet and greet: 시청 등 공공건물을 더 개방적이고 접근하기 쉽게 만들어야 한다.

23. Do the business: 도시 내에서 기업이 번창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24. Don't hate the suburbs: 교외 지역의 가치를 인정하고 개선해야 한다.

25. Be prepared: 도시 설계 시 안전과 보안을 고려해야 한다.

26. Be wary of bright paint: 표면적인 미화보다 실질적인 삶의 질 개선에 집중해야 한다.

27. Keep an eye on the spray can: 그라피티의 긍정적 측면을 인정하되 적절히 관리해야 한다.

28. Press on: 지역 언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원해야 한다.

29. Cast your vote: 시장 선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30. Channel your inner Jane Jacobs: 일반 시민들도 도시를 더 나은 곳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행동해야 한다.

31. Go places: 시장들은 세계를 여행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어야 한다.

32. Be flexible: 공동 작업 및 주거 공간의 증가에 따른 도시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

33. Get high: 옥상 공간의 잠재력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34. Corner the market: 동네 가게(Corner Store)의 가치를 인정하고 지원해야 한다.

35. Trust the contemporary: 팝업 형태의 도시 개입을 통해 도시의 활력을 높여야 한다.


로컬 브랜딩의 3대 요소

모노클의 35개 도시 매니페스토 항목은 현재 한국의 많이 지역이 실험하고 있는 로컬 브랜딩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로컬 브랜딩은 지역 자원을 활용해 차별화된 거주 환경과 로컬 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로컬 브랜디은 '브랜딩과 콘셉트 설정', '건축과 디자인 지원', '로컬 콘텐츠와 브랜드 발굴과 집적' 등 3대 요소로 구성된다. 이 세 요소는 도시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경쟁력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브랜딩과 콘셉트 설정은 도시의 정체성과 가치를 정의하고 전달하는 핵심으로, 도시의 이미지를 형성하고 주민들의 자긍심을 높이며 외부 방문객과 투자를 유치한다. 건축과 디자인 지원은 도시의 물리적 환경을 구성하며, 시각적 정체성과 기능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 도시의 미적 가치와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한다. 로컬 콘텐츠와 브랜드 발굴과 집적은 도시의 고유한 문화, 경제, 생활양식을 반영하여 특별한 매력과 경쟁력을 부여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와 커뮤니티 강화에 기여한다.


브랜딩과 콘셉트 설정:

1. Be wise, not smart: 단순히 기술적으로 스마트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삶을 개선하는 지혜로운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5. Fight for diversity: 도시의 다양성을 보호하고 증진해야 한다.

12. Pass the pooch test: 반려동물 친화적인 도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14. Account for all ages: 모든 연령대를 고려한 도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18. Have faith in the crowd: 시민 참여형 예산 결정 모델을 실험해야 한다.

19. But know when to say 'no' to the crowd: 때로는 전문가의 의견을 따라야 한다.

29. Cast your vote: 시장 선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30. Channel your inner Jane Jacobs: 일반 시민들도 도시를 더 나은 곳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행동해야 한다.

31. Go places: 시장들은 세계를 여행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어야 한다.


건축과 디자인 지원:

2. Buy a pot, some soil and a seed: 작은 식물 가꾸기로 시작하는 도시 환경 개선을 장려해야 한다.

3. Branch out: 도시에 크고 아름다운 나무를 심어 쉼터와 도시 브랜딩을 제공해야 한다.

4. Fix up, look sharp: 오래된 건물을 철거하기보다 개보수하여 역사와 창의성을 보존해야 한다.

7. Make good maps: 보행을 장려하기 위해 명확한 지도와 길 찾기 표지판을 제공해야 한다.

8. Talk more: 도시 공간을 설계할 때 사람들 간의 소통을 촉진해야 한다.

10. Be tentative with tall living: 고층 건물의 부정적 영향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11. See the light: 조명을 통해 도시의 안전과 경제를 활성화하고 브랜딩해야 한다.

13. Be kinky: 직선적인 도로보다 구불구불한 길을 통해 도시에 매력을 더해야 한다.

15. Respect your rivers: 도시의 강을 재활용하고 적극 활용해야 한다.

16. Press for benches: 공공 벤치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투자해야 한다.

17. Bust a move: 다양한 교통수단의 조화로운 혼합을 추구해야 한다.

20. Make some noise: 도시의 소음을 생동감 있는 도시 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한다.

21. Don't build to speculate: 투기가 아닌 실제 거주를 위한 주택 건설에 집중해야 한다.

22. Meet and greet: 시청 등 공공건물을 더 개방적이고 접근하기 쉽게 만들어야 한다.

24. Don't hate the suburbs: 교외 지역의 가치를 인정하고 개선해야 한다.

25. Be prepared: 도시 설계 시 안전과 보안을 고려해야 한다.

26. Be wary of bright paint: 표면적인 미화보다 실질적인 삶의 질 개선에 집중해야 한다.

27. Keep an eye on the spray can: 그라피티의 긍정적 측면을 인정하되 적절히 관리해야 한다.

32. Be flexible: 공동 작업 및 주거 공간의 증가에 따른 도시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

33. Get high: 옥상 공간의 잠재력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35. Trust the contemporary: 팝업 형태의 도시 개입을 통해 도시의 활력을 높여야 한다.


로컬 콘텐츠와 브랜드 발굴과 집적:

6. Join the dark side: 야간 경제를 보호하고 육성해야 한다.

9. Say yes: 규제를 완화하고 시민들의 자유로운 활동을 허용해야 한다.

23. Do the business: 도시 내에서 기업이 번창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28. Press on: 지역 언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원해야 한다.

34. Corner the market: 동네 가게(Corner Store)의 가치를 인정하고 지원해야 한다.


이러한 분류를 통해 모노클의 도시 철학에 대한 중요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첫째, 모노클은 거버넌스를 도시 브랜딩의 핵심 요소로 간주한다. 둘째, 건축과 디자인에 대한 강조는 도시의 물리적 환경이 도시 경험과 이미지 형성에 결정적이라는 모노클의 믿음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로컬 콘텐츠와 브랜드 발굴에 대한 상대적으로 적은 강조는 모노클이 이미 풍부한 로컬 콘텐츠와 브랜드를 가진 도시들을 주로 리뷰하고 다루는 경향을 반영한다.


모노클의 매니페스토는 이미 존재하는 독특하고 강력한 로컬 정체성을 인식하고 평가하는 데 중점을 둔다. 이는 도시 브랜딩을 단순한 마케팅 전략이 아닌, 도시의 본질적 가치와 기능을 향상하고 기존의 고유한 특성을 강조하는 종합적인 도시 발전 전략으로 확장시키는 혁신적인 접근이다.


모노클 도시 철학의 학문적 배경

필자가 모노클을 창조도시 가이드북으로 추천하는 이유는 창조도시 이론과의 근접성이다. 창조도시 이론의 주요 학자들의 견해와 모노클의 접근을 비교해 보면 그 연관성이 더욱 명확해진다.


찰스 랜드리는 "창조도시"에서 인간의 창의성이 도시 문제 해결의 열쇠라고 주장했다. 모노클의 가이드는 이 아이디어를 반영하여 시민의 창의성을 존중하고 발휘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강조한다. 리처드 플로리다는 "창조 계급의 부상"에서 다양성, 관용성, 개방성을 강조했는데, 모노클의 여러 항목들이 이러한 가치를 추구한다.


제인 제이콥스는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에서 도시의 다양성이 경제적 번영과 창의성의 원천이라고 주장했다. 모노클의 가이드는 이러한 다양성과 지역 경제의 중요성을 반영하고 있다. 피터 홀은 "문명의 도시들"에서 혁신적인 도시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모노클의 가이드 역시 이러한 교류와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사스키아 사센은 "글로벌 도시"에서 국제적 연결성과 지역적 특성의 균형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모노클의 가이드는 이러한 글로벌-로컬 균형의 중요성을 반영하고 있다.


뉴어바니즘 또한 모노클의 도시 철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얀 겔은 "사람을 위한 도시"에서 보행자 중심의 도시 설계, 공공 공간의 중요성, 인간 척도의 도시 계획 등을 강조했는데, 이는 모노클의 매니페스토 전반에 걸쳐 나타난다.


모노클의 접근은 기존 창조도시 이론과는 차별화된 실용적이고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학술적 이론에 머물지 않고, 실제 도시 생활에 적용 가능한 35개의 행동 강령을 통해 도시 브랜딩과 디자인에 집중한 설루션을 제안한다. 이는 도시 계획자와 정책 입안자들에게 보다 실행 가능한 아이디어를 제공하며, 일반 시민들도 쉽게 이해하고 참여할 수 있는 방식으로 창조도시 개념을 전달한다.


그러나 모노클의 가이드는 창조도시 이론과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모노클의 가이드는 창조도시 기존 문헌보다 더 포용적인 접근을 취하며, 기본적인 도시 인프라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도시의 소음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등 새로운 시각도 제시한다. 투기 억제, 계절성 고려, 반려동물에 대한 고려 등은 기존 이론들이 간과할 수 있는 부분을 보완한다.


모노클의 접근에도 한계가 있다. 가이드북이 강조하는 지역 상권과 로컬 브랜드가 어떻게 구체적으로 형성되고 발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정부가 이러한 상권과 브랜드를 만드는 소상공인 사업자를 위해 어떤 정책적 지원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는다. 이는 모노클의 접근이 주로 이미 어느 정도 발전된 도시 환경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일 수 있다.


각 도시의 특수한 상황과 발전 단계를 고려한 추가적인 연구와 정책 개발도 필요하다. 도시의 경제적 기반이 취약하거나 사회적 문제가 심각한 경우, 이 가이드북의 제안들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는 모노클의 접근이 도시 발전의 초기 단계나 구조적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충분히 다루지 않고 있음을 시사한다.


다양한 접근 방식의 비판적 수용과 창의적 적용을 통해 각 도시는 자신만의 독특하고 효과적인 창조도시 모델을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모노클의 가이드북은 그 과정에서 중요한 출발점과 영감의 원천이 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도시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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