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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길 경제학자 Jul 05. 2024

도쿄를 바꾼 빌딩들

도쿄를 바꾼 빌딩들


도시학은 창조도시의 미래를 크게 두 가지 대조적인 관점으로 바라본다. 저밀도 원도심 자연마을의 창조성을 주목한 제인 제이콥스와 고밀도 원도심 복합개발을 통한 창조성 제고를 주장한 에드워드 글레이저의 시각이 그것이다.


박희윤 현대산업개발 전무의 신작 "도쿄를 바꾼 빌딩들은"은 고밀도 복합개발 안내서로서, 글레이저 모델을 실제로 기획되고 실행 10개의 도쿄 사례를 소개한다.


저자가 강조하는 복합개발 성공 요인은 디벨로퍼, 즉 부동산 개발회사다. 모리빌딩과 같은 부동산 개발회사에 의한 치밀한 기획과 운영이 있어야 복합개발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한다.


책을 통해 새롭게 배운 흥미로운 사실은 고밀도 모델, 특히 모리빌딩 모델은 겉으로는 저밀도와 상반된 접근 방식을 취하지만, 실제로는 직주 근접, 라이프스타일, 동네, 로컬, 골목길 등 많은 공통된 가치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이는 도시 설계에 있어 근본적인 목표가 결국 사람들의 삶의 질 향상에 있음을 보여준다.


먼저 직주락 근접 중시다. 두 모델 모두 일터와 주거지, 그리고 여가 활동 공간이 가까이 위치하여 이동 시간을 줄이고 삶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을  지향한다.


또한 둘 다 독특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한다. 이는 개인의 취향과 니즈를 반영할 수 있는 다양한 시설과 공간을 제공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풍부한 동네 문화 역시 두 모델이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가치다. 지역 주민들이 활발히 교류하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과 기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로컬의 매력을 살리는 것도 중요한 요소인데, 이는 그 지역만의 고유한 특성과 역사를 보존하고 발전시키는 것을 말한다.


정겨운 골목길의 가치 역시 두 모델에서 인정받고 있다. 고밀도 모델에서도 인간 척도의 거리와 보행자 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하려는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대규모 개발 속에서도 친근하고 아늑한 공간을 만들어내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결국 두 모델 모두 삶의 질과 창의성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다. 단순히 기능적인 도시를 넘어 문화와 예술이 살아 숨 쉬는 도시, 주민들의 창의성이 발휘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하는 공통된 목표를 반영한다.


이런 가치들을 실현하는 고밀도 도시라면, 저밀도 지지자들도 살고 싶어 할 만한 곳이 될 수 있다. 두 모델 간의 대립을 넘어, 각 모델의 장점을 결합한 새로운 도시 개발 방식의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저자는 민간 부동산 개발회사가 이끄는 동네가 지속적인 활력과 혁신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믿는다. 이런 시각에서 서울의 성수동, 홍대, 이태원 같은 인기 있는 동네들의 미래를 우려한다. 이들 동네는 뚜렷한 구심점 없이 콘텐츠 경쟁력을 지속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도쿄를 바꾼 빌딩들”의 학문적 의미는 제이콥스와 글레이저, 저밀도와 고밀도 모델의 문화창출 능력을 비교하는 데 있다. 부동산과 문화 대기업이 주도하는 동네, 그리고 소상공인과 크리에이터가 이끄는 동네 중 어느 쪽이 더 매력적인 문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이는 현재 진행형인 흥미로운 질문이다.


한국에서도 이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고밀도 모델은 더현대, 스타필드 수원, 앨리웨이 광교를 통해 새로운 복합도시를 만들어가고 있다. 저밀도 모델의 대표주자인 성수동, 홍대, 이태원도 '작은 도시 기획자들' 중심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어쩌면 가장 이상적인 모습은 이 두 모델이 함께 공존하며 서로 경쟁하는 도시의 모습일 것이다.


이 논쟁에서 어느 쪽을 지지하든, 이 책의 가치는 변함없다. 도시를 만드는 사람들의 생각과 고민을 이해하는 과정 자체가 흥미롭다. 더불어 두 도시 모델 간의 대화와 협업 가능성을 발견하게 된 것은 또 다른 수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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