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디스토피아

by 골목길 경제학자

#크리에이터소사이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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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디스토피아


알렉 맥길리스의 저서 "아마존 디스토피아"(원제:Fulfillment)는 아마존이 미국 내 불평등을 증대시키고 노동 환경을 악화시키며 지역 사회에 해를 끼치는 방식을 깊이 있게 파헤친다. 맥길리스는 아마존의 소비자 편의 중심 비즈니스 모델이 노동자 권리 침해와 중소기업 몰락을 초래하고, 이것이 불평등 확대로 이어진다고 주장한다. 그는 아마존의 성공 이면에 자리한 정경유착과 조세회피 문제도 비판하며, 이것이 경제적 불평등을 넘어 정치적 불평등까지 초래한다고 지적한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이커머스와 지역 발전의 관계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지역 쇠락의 원인은 세계화와 기술 발전에서 찾는다. 생산의 세계화로 지역 일자리가 타 지역으로 이전하고, 인재들이 기술이 창출한 기회를 좇아 대도시로 이주하면서 지역 경제가 침체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맥길리스는 이커머스 자체의 운영 방식이 지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이커머스의 승자독식 구조가 도시의 승자독식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맥길리스는 승자독식 도시 시스템의 위계질서를 엔지니어와 소프트웨어 개발자 도시, 데이터센터 도시, 풀필먼트 도시 순으로 구분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 모든 도시가 불행하다는 사실이다. 아마존 위계질서의 최정점에 있는 시애틀에서조차 공동체적인 삶은 사라지고 있다. 데이터센터 도시, 풀필먼트 도시 등 그 아래 등급의 도시의 상황은 더욱 비참한다. 특히, 저임금, 실업, 마약, 노숙, 쉼터의 악순환에 빠진 노동자의 삶은 비극 그 자체다.


한국은 어떤가? 한국에서도 아마존 디스토피아의 사인이 보인다. 미국에서와 마찬가지로 한국 도시도 아마존 시설의 위치에 따라 엔지니어 도시, 데이터센터 도시, 풀필먼트 도시로 나눌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한국이 아마존 디스토피아를 저지하는 방법을 질문해야 한다.


다양한 규제를 생각할 수 있으나, 나는 크리에이터 소사이어티 구상을 제안한다. 크리에이터 소사이어티는 개인의 창의성과 다양성이 존중받고, 이를 통해 사회적·경제적 가치 창출이 선순환하는 사회 모델이다. 아마존 생태계가 형성할 수 있는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에서 아마존 개혁 방향을 찾는, 즉 아마존의 장점을 살리면서 단점을 최소화할 수 있는 크리에이터 중심 경제 모델을 모색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크리에이터 소사이어티의 전제 조건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균형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서로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시장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어느 한쪽을 혁신의 주역으로, 다른 한쪽을 도태될 운명으로 단정 짓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더 늦기 전에 골목상권의 성공 사례를 분석해 오프라인 소상공인과 상권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이것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균형 잡힌 공존을 가능케 하는 해법이 될 것이다.


이런 노력을 통해 한국은 아마존으로 인해 심화된 미국의 불균형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이커머스 시대에 부합하는 상생과 협력의 새로운 모델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맥길리스의 책이 던진 화두를 한국의 현실에 맞게 재해석하고 창의적으로 풀어내는 사회적 혜안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이 책이 제기하는 학문적인 쟁점도 흥미롭다. 첫 번째는 파장의 범위다. 과연 아마존은 사회 어디까지 영향을 미치는가? 맥길리스는 아마존의 업무 환경과 지역 진출이 노동자에게 미치는 영향과 도시에 미치는 영향을 번갈아 설명한다. 대도시에서는 새로운 산업과 젠트리피케이션을, 소도시에서는 지역 경제의 붕괴를 주목한다.


소도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지역 경제가 아마존이 직접적으로 참여하는 리테일 산업의 약화로 무너질 수 있지만, 이는 실제로 증명해야 하는 가설이다. 맥길리스가 소개한 미국 중서부 쇠락 지역의 역사를 보면, 아마존과 빅테크가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한 곳은 많지 않다. 전체적으로 보면 1970년대 이후 진행된 미국 경제의 탈산업화, 1990년대 이후 가속화된 창조경제의 부상이 이들 지역의 경쟁력을 약화시킨 주된 요인이다.


두 번째는 아마존의 성공 원인 분석이다. 아마존이 미국에서 성공을 거둔 이유, 특히 전통적인 오프라인 리테일이 쇠퇴하는 상황에서 온라인 리테일러로서 아마존의 성장이 불가피했던 이유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미국의 오프라인 소상공인 산업은 아마존이 등장하기 전부터 월마트와 같은 대형 리테일 기업에 의해 많은 타격을 받았다.


이런 이유에서 한국의 골목상권과 달리 미국의 메인 스트리트(Main Street)가 로컬 콘텐츠와 감성적 요소로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논의가 포함되었다면, 아마존이 왜 그토록 압도적 위치에 오를 수 있었는지에 대한 통찰이 더욱 풍부해졌을 것이다.


세 번째는 아마존과 도시 위계화의 관계다. 맥길리스는 도시를 아마존 등급에 따라 구분하여 위계화를 설명한다. 하지만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미국 도시의 계층화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아마존에 묻는 것은 이 기업의 영향을 과대 평가하는 측면이 있다.


마지막 쟁점은 아마존과 빅테크에 대한 대안 모색이다. 맥길리스는 아마존이 야기한 다양한 문제를 제기하면서도,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않는다. 특히, 고착된 계층구조 속에서 소도시가 대도시와 경쟁할 수 있는 방안이 부족하다는 점이 아쉽다.


이 책의 궁극적인 의미는 아마존과 플랫폼 경제의 양면성이다. 소비자에게는 편리함과 저렴한 가격을 제공하지만, 그 대가로 노동자의 권리가 침해되고 지역 경제가 몰락하고 있다. 맥길리스의 분석은 아마존이 단순한 온라인 유통업체를 넘어, 미국 사회의 구조적 변화를 추동하는 핵심 동력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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