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크리에이터 소사이어티의 전형

by 골목길 경제학자

#크리에이터소사이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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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크리에이터 소사이어티의 전형


6번 자포스의 홀라크라시 이야기를 계속합니다. 자포스(Zappos)는 CEO 토니 셰이의 주도로 홀라크라시(Holacracy)를 도입해 관료제를 타파하고 개인의 자율을 극대화하고자 했다.


흥미로운 점은 토니 셰이가 조직 운영의 롤모델로 도시를 제시한다는 것이다. 그는 "도시는 창의성의 엔진"이라며 도시야말로 창조 조직의 본질에 가장 근접한 형태라고 지적한다. 구성원들의 자율성이 보장되고 활발한 교류가 일어나는 도시의 운영 방식이 기업이 추구해야 할 이상적 모습이라는 것이다.


이는 복잡계 과학자 제프리 웨스트의 연구 결과에서 비롯된 것이다. 웨스트는 "도시의 크기가 두 배로 커지면 1인당 창의적 산출물이 15% 늘어난다"는 사실에 주목하며, 도시가 창의성을 증폭시키는 일종의 '창의성 증폭기'와도 같은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토니 셰이는 이 연구를 인용하며 도시의 창조적 역량에 주목한 것이다.


도시가 과연 홀라크라시에 맞는 모델일까? 창조도시 문헌을 읽으면, 창조성의 진정한 발원지는 도시가 아닌, 도시 안의 동네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찰스 랜드리의 "창조도시(The Creative City)", 에릭 와이너의 "천재의 지리학(The Geography of Genius)" 등은 사람과 아이디어가 활발히 교류하는 도시 내 특정 장소들, 즉 동네의 중요성을 시사한다.


동네의 창조성에 주목한 연구자로는 제인 제이콥스를 빼놓을 수 없다. 그녀는 "위대한 미국 도시의 죽음과 삶(The Death and Life of Great American Cities)"에서 도시계획이 주민들의 자발적 활동과 상호작용을 막아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다양성과 혼잡함이 살아있는 동네야말로 혁신의 온상이라는 것이다.


동네는 그 규모와 특성상 도시보다 훨씬 역동적이고 유기적인 상호작용이 가능한 공간이다. 주민들 간 교류, 작은 상점과 카페를 통한 만남, 자발적 커뮤니티 활동 등 동네 고유의 사회적 자본은 도시 차원에서는 포착하기 힘든 창조적 에너지의 원천이다.


나아가 이러한 동네의 일상적 창의성은 종종 산업적 창의성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서로 다른 분야의 크리에이터, 예술가, 기업가들이 한 동네에 모여들면서 협업과 시너지를 일으키는 것이다. 실리콘밸리 팔로알토, 런던 이스트엔드 등은 이런 산업적 창조 커뮤니티의 대표 사례다.


이런 이유에서 대기업의 백화점과 쇼핑센터가 자발적으로 형성된 동네 상권을 이기기가 쉽지 않다. 주민 문화에서 발현되는 볼거리의 밀도와 우연성은 그 자체가 대체 불가능한 콘텐츠기 때문이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동네 창의성의 메커니즘은 홀라크라시의 작동 원리와도 유사하다. 홀라크라시에서는 구성원들이 자율적으로 역할(Role)을 맡고, 이 역할들이 모여 서클(Circle)을 형성한다. 서클은 특정 목적을 위해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팀인 셈이다. 마찬가지로 동네에서도 주민 개개인은 자발적으로 소비자, 상인, 활동가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며, 이들의 협력을 통해 동네라는 커뮤니티가 작동한다.


이를 뒷받침하듯 동네에는 주민들의 자율적 참여를 촉진하는 공간들이 존재한다. 홀라크라시의 서클 미팅에 비유하자면, 동네의 커뮤니티 센터, 도서관, 광장 등은 주민들이 모여 정보와 의견을 교환하고 자발적 활동을 기획하는 장이 된다. 산업적 창조 커뮤니티에서는 코워킹 오피스나 네트워킹 이벤트 공간이 크리에이터들 간 협업의 플랫폼 역할을 한다.


창조 커뮤니티 구축 방법에 대해서는 이미 제이콥스가 자세히 설명했다. 제이콥스는 도시의 창조성을 증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했다. 복합용도 개발, 짧은 블록, 휴먼 스케일의 건축물, 신축과 구축 건물의 혼재 등이 그것이다. 그녀는 전면 재개발보다는 점진적 재생을 통해 도시의 유기적 진화를 도모할 것을 주문했다.


제이콥스 통찰은 뉴어바니즘 운동으로 이어져, 걷기 좋고 다양성이 살아 숨 쉬는 도시를 만들기 위한 도시 설계 원칙들로 정립되기도 했다. 도시의 창의성을 일궈내기 위해서는 이처럼 인간 중심의 도시 관리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결국 크리에이터 사회를 향한 전환에서 동네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획일적 주거 공간이 아닌 다양성이 공존하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서의 동네야말로 미래 사회의 원형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도시와 국가 차원을 넘어 우리 삶의 가장 기본 단위인 동네에서 창조성의 싹을 틔우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준다.


크리에이터 개인을 존중하고 이들의 자발적 교류와 협력이 일어나는 동네를 만드는 것, 이것이 크리에이터 소사이어티로 가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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