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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효 Jan 06. 2023

나의 겨울 극복기 1

몸도 마음도 아플 때


추위를 많이 탄다.


어느 정도이냐 하면 10월부터 히트택을 입기 시작하여 다음 해 4월에 벗는다.


추위를 타지 않는 사람들은 겨울엔 옷을 껴입으면 되지 않느냐 여름엔 벗을 수가 없다고 하는데, 옷을 아무리 입더라도 손끝, 발끝, 코나 귀에 찬바람을 한 번 맞으면 뼛 속이 시리고 머리까지 띵하게 아프다.

 

애초에 몸 자체가 차고 수족냉증이 있기 때문에 살짝 쌀쌀한 공기일지라도 일정 시간 이상 노출되면 손과 발부터 차가워지면서 온몸에 한기가 든다.


심지어 여름에도 방한이 필요하다.

에어컨 바람 때문에 실내에서는 후리스라 불리는 양털후드집업을 입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냉방병을 달고 산다.

대학교 때는 한 여름의 도서관이 너무 추워 에어컨 온도를 높여 놓으면 누군가가 다시 온도를 낮추면서 도서관 에어컨 리모컨 쟁탈전을 벌기기도 했다.


태국 방콕에서도 실내 에어컨 바람을 못 이겨 30도 중반을 넘는 온도에 밖에서 몸을 덥히고 실내에 들어오기를 반복하다가 결국 감기에 걸렸다.

같이 간 친구는 나 때문에 호텔 방의 에어컨을 켜지 못해 더위에 지쳐 호텔 로비에서 밤을 지새웠다.


이처럼 추위에 민감하기 때문에 하루 종일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서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겨울이 되면 몸이 아프다.


추위를 피하기 위해 껴입은 옷 무게에 짓눌리고, 추워서 웅크리고 다니다 보니 온몸은 항상 근육통에 시달린다.


몇 년 전, 겨울에 들어섬과 동시에 감기몸살로 동네 의원에서 수액을 맞은 적이 있다. 전기장판이 깔린 침대 위에 이불까지 덮고 한 시간 반가량 누워있었는데 몸이 후끈후끈하게 덥혀져서 집까지 걸어가는 길이 하나도 춥지 않았다.

몸에 열이 많아 겨울에도 춥지 않다는 게 어떤 건지 맛본 셈이다.


간절히 몸이 따뜻해지고 싶었다.

열이 많은 체질로 바꾸어 준다 하여 한약, 흑염소진액, 생강차 등을 몇 개월 씩 마셔봤지만 큰 개선은 없었다.


몸속을 바꿀 수 없다면 겉이라도 덥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집 앞 목욕탕 정기권을 끊었다.

퇴근 후 저녁을 먹은 뒤 목욕탕에서 열탕과 사우나를 반복하며 몸을 데운 다음 집에 돌아오면 따뜻하게 잠들 수 있었다.


비록 그 효과는 반나절도 가지 않았지만 퇴근 후 온욕은 뭉친 근육은 물론 스트레스도 같이 풀 수 있는 치유의 시간이었다.

    



겨울이 되면 마음도 아프다.


예민해지고 괜스레 짜증이 나며 계속 졸음이 몰려온다.

햇빛을 쬐지 못하면 체내에 합성되는 멜라토닌이 줄어들어 신체리듬이 깨지면서 우울증을 유발한다는데 가뜩이나 일조량이 적은 겨울, 아침 일찍 출근해 저녁에 퇴근하면서 하루 종일 햇빛을 못 본 것이 원인인 듯하다.


몇 년 간 겨울 우울증에 시달리다가 그 원인을 알게 되자 극복 방안을 마련했다.

조금 덜 추운 날에는 점심시간에 짧게라도 산책을 하며 햇빛을 본다. 짧은 산책만으로는 부족할 것 같아 햇빛으로부터 합성된다는 비타민D를 10월부터 먹기 시작한다.


비타민D가 있어야 멜라토닌이 잘 생성될 수 있다고 한다. 알약 하나로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플라시보 효과라도 노리며 겨울 내내 먹고 있다. 일단 원인을 알고 해결을 위한 행동을 한다는 것 자체가 우울감을 많이 낮춰주었다.


겨울 내내 무기력함과 의욕상실은 아직 있지만 예민함과 짜증은 현저히 줄어든 것 같다.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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