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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효 Jan 07. 2023

나의 겨울 극복기 2

피겨스케이팅을 좋아합니다

겨울을 조금이라도 좋아해 보려고 겨울 취미를 만들었다.


사실 일부러 만든 건 아니고 어쩌다 얻어걸렸다.


겨울스포츠하면 스키, 스케이트, 아이스하키 정도를 들 수 있다. 어렸을 때 스키나 스케이트를 타보았지만 겉은 너무 추운데 옷 안에서는 땀이 나는 것이 싫었고, 땀이 마르면서 더 추워져서 괴로웠다.

그래서 중학생 때 이후로는 스키도 스케이트도 탄 적이 없다.


이제 와서 겨울스포츠를 직접 하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보는 것은 자신 있다.


한국인이라면 김연아의 피겨스케이팅 경기를 안 본 사람이 없을 것이다.

나도 김연아가 선수생활을 하던 시절은 물론 은퇴 후에도 그녀가 남긴 경기 영상들을 수없이 봤다.

하지만 김연아의 경기이기 때문에 본 것이지 피겨스케이팅 경기 자체를 본 것은 아니었다.




작년 8월 유튜브에서 우연히 러시아 여자 피겨스케이팅 선수의 4회전 점프를 보고 놀라(그동안 4회전 점프는 남자선수들의 전유물이었다) 그 선수의 경기영상을 보기 시작하였다.

마침 주니어그랑프리 시리즈가 개막하는 시기여서 우리나라 주니어선수들의 경기도 챙겨 보게 되었다.


피겨는 기술뿐만 아니라 선수의 연기, 음악, 의상, 안무 등 여러 면에서 종합 예술을 선보여야 한다.


이렇게 아름다운 스포츠가 있을까?

이 종목에 빠져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때부터 올해 2월에 열린 베이징동계올림픽을 거쳐 3월의 세계선수권대회까지 겨울 내내 피겨스케이팅 경기를 보았다.


그동안 점프의 종류도 구분하지 못했는데 이제는 점프, 스핀, 스텝의 종류까지 구별할 수 있게 되었고 여자 싱글 경기는 물론 남자 싱글과 아이스댄스, 페어 경기까지 찾아본다.


비록 세계 신기록을 갈아치우던 러시아 여자선수가 도핑을 했다는 사실이 베이징동계올림픽 때 적발되어, 나포함 피겨스케이팅 팬들은 러시아 선수단 전체가 도핑을 했을 것이라는 강한 의심을 갖게 되었고 내가 피겨스케이팅 경기를 보게 된 계기였던 러시아 선수에 대해서도 큰 실망감과 배신감을 느꼈지만, 우리나라 선수들을 응원하며 올 겨울도 피겨스케이팅 경기를 보고 있다.


심지어 몇 주 전에는 피겨스케이팅 경기를 보기 위해 왕복 세 시간이 걸리는 의정부 빙상장을 이틀 연속 방문했다. 롱패딩과 핫팩, 담요로 무장 한 채 한기가 도는 빙상장에서 5시간 넘게 경기를 봤다.


겨울이 되면 한 없이 무기력해지는 내가 이 정도의 열정을 보인다는 것은 기적이 아닐 수 없다.     




다시 겨울은 돌아왔고, 영하 십 도를 넘나드는 추위가 계속되고 있다.

 

덩달아 나의 추위 극복기도 현재진행형이다.


비록 지금은 이렇게 움츠리고 있으나 봄을 맞이하여 새롭게 도약하기 위한 휴식이라고 편히 생각하기로 했다.


그리고 추위를 극복하기 위한 나만의 루틴과 겨울에만 할 수 있는 즐거운 일들을 매년 만들어가며 겨울이라 행복한 날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린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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