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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urn the page Sep 27. 2023

나는 혼자 먹는 점심이 좋다.

자발적 외로움

나는 혼자 먹는 점심이 좋다.

앞 사람의 속도를 맞출 필요도 없고, 누가 계산할지 먹는 도중 걱정할 필요도 없다. 어색하게 끊어질 듯 이어지는  공동의 화제를 만들어 내려 노력할 필요도 없다. 어젠다는 참석자의 수에 반비레한다. 나는 그들의 육아, 주식, 아파트 시세, 옆집 사람의 무례한 행동에 관한 분석을 듣고 싶지 않다. 


나는 혼자 먹는 점심이 좋다. 

N시간 이상 머무는 직장에서 법정 1시간마저 타인에게 할애 하고 싶지 않다. 귀한 시간 산책하거나, 공상하면서 누구보다 소중하게 보낸다. 근처에 좋은 공원이 있으면 좋겠지만, 없어도 상관없다. 나는 내 머릿속에서만 지내니까.


나는 혼자 먹는 점심이 좋다. 

음식에 집중하는 감각만 살아있다. 비록 귀하고 비싼 음식은 아니지만 구내식당 홀로 마주한 온기없는 스테인리스 식판이지만, 반찬 하나하나 맛이 느껴진다. 가끔 도시락을 준비한다. 비록 귀하고 비싼 음식은 아지만, 엄마와 아내가 만들어 준 음식이다. 


나는 혼자 먹는 점심이 좋다. 

나는 MBTI 개념도 모른다. 내성적인지 외향적인지 나도 모르겠다. '성향'이란 말은 참 편리하다. 실체를 무수한 가정이 섞인 껍데기로 포장해 주기 때문이다.  나는 혼자 먹는 점심이 좋다. 웃지 않아도 좋고, 듣지 않아도 좋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머지 시간을 외향적 인간으로 살게 할 에너지를 충전한다. 

그런데 충전 시간이 좀 더 길어야 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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