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2일

"느리게 느리게 옆으로 계단을 내려가는 가족이 있다."

by 리움

어제의 격한 운전 때문인가, 무릎이 하루 종일 아프다. 나이가 들며 신체 여기저기가 고장 나고 있는데, 무릎은 자주 아픈 건 아니지만 아프기 시작하면 꽤 불편하다. 그래도 조금 무리해서 쓰면 아픈 것이고 조금 쉬면 괜찮아지는 거라 다행이라고 할까. 무릎이 아픈 이유가 연골이 어쩌고 하는 병이라고 들었는데, 들어보니 나이가 들어서 고장 나고 있는 중인 것 같았다.


엄마는 계단을 오르내릴 때 계단 난간을 잡고 옆으로 서서 아주 느리게 한 발 한 발을 내려놓고 올려놓고 하신다. 계단뿐이 아니다. 모든 걸음이 그렇게 느려지셨다. 몸은 느려졌는데 그만큼 마음은 급해지셨다. 그래서 자꾸 놓치고 못 보고, 그렇게 실수가 잦아지셨다.


엄마 아빠 그리고 이제 나이가 든 자식들이 옆으로 계단을 내려간다. 언제 게 가족이 되어 버렸을까.


김창흡의 '낙치설'이 생각났다. 이가 빠지고 늙음을 받아들이게 되는 과정을 쓴 수필이라고 할까. 점점 떠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에 비해 점점 더 느려지는 몸뚱이의 이질감을 받아들이는 과정. 더더 빨라지는 시간을 따라가려면 발이 꼬이고 결국 넘어질 수밖에 없다. 시간의 속박에서 벗어나 스스로에게 맞는 속도로 살아가야 하는 것은 아닐까. 걸음이 느려졌다면 조금 천천히 걸으면 되고, 손이 느려졌다면 조금 더 오래 만들면 되고.


엄마는 모든 일을 몹시 서둘러하신다. 누가 쫓아오냐고 천천히 하라고 그렇게 말씀드려도, 이것도 급하고 저것도 급하다. 마음을 따라가지 못하는 걸음에 무릎을 짚고 서서 한숨을 내쉬신다. 이제 나이가 든 딸도 무릎을 짚고 서서 '아이고 무릎아' 탄식을 내뱉는다.


걸음을 멈춘 김에, 눈을 감고 크게 숨을 한번 쉰다. 그리고, 천천히, 세상을 느리게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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