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16일

"나의 골목"

by 리움

골목이 많은 동네였다. 잘 정비된 계획도시가 아닌 이상, 도시의 대부분의 동네가 그렇지 않을까? 좁고 구불구불한 길, 다닥다닥 붙어있는 낡은 대문들, 밤이면 으슥해지는 그런, 골목. 골목 중에서도 비탈이 낀 골목을 낑낑거리며 오르곤 했었다. 그 골목을 거의 다 올라서야,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사실 나는 그 골목이 싫기도 했지만, 좋기도 했다. 좁고 지저분한, 밤이면 혼자 걷기도 두려운, 그런 골목을 오르내리는 길은 늘 힘들고 귀찮았다. 높은 지대의 집들은 계단식 모양을 하고 있어서 그런지, 한쪽은 집들의 문이, 한쪽은 높은 돌담이 있었다. 돌담 사이사이에 작은 풀들이 자라곤 했었다. 가끔은 아침이슬 가득 머금은 나팔꽃이 피기도 했었다. 물기 가득한 풀냄새. 이른 아침 골목에 나서면 맡을 수 있는 그 냄새가 좋았다.


이사 갈 집을 알아보며 골목 특히, 차가 들어올 수 없는, 좁고 구석진 골목에 있는 땅을 맹지라고 한다는 걸 알았다. 상품성이 없는 땅이라는 것도 그때 알았다. 삶의 대부분을 그 집에서 그 골목을 오가며 지냈다. '쓸모없음', '값어치가 낮음', 내가 살던 집은 그렇게 평가가 되고 있다는 걸 그때 알았다.


사실 이제 그 집은 없다, 그 골목도 없다. 도시의 대부분의 낡은 동네가 그렇듯, 도시 계획이라는 이름 하에 사라져 버렸다. 그 집을 떠나며 마지막으로 사진을 찍었었다. 완전히 텅 비어버린, 세월은, 색이 바랜 벽지와 조각난 타일에만 남아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사를 하고 한참 후에 다시 동네에 가본 적이 있다. 근처에 볼일이 있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찾아가 봤었다. 동네 전체가 텅 비어있었다. 높게 자란 잡초들과 시야를 가리는 벌레들, 그리고 단 몇 달에만 낯설어져 버린, 평생을 살았던 골목이 있었다. 창도 벽도 계단도 그대로인데, 내가 살던 집이 아닌 것 같은 그런, 낯선 이질감은, 묘한 애처로움이었다.


나는 아직도 골목 끝 집에 살고 있다. 이전 집보다 더 넓고 평평한 골목길 끝, 집 앞까지 차가 올 수 있고, 주차도 가능한 집에 살고 있다. 그래도 가끔 생각이 난다. 내 기억이 시작하던 그때부터 살았던 그 집과 골목이.


화단과 마당, 마루가 있던 낡은 흙집이, 붉은 벽돌집이 되던 때를, 새로 지은 집에 첫 입주하던 날이. 아이들의 소리가 가득하던 밝고 명랑하던 골목이, 햇볕에 잘 마른 골목 냄새가, 눈이 오면 그 위에 쌓이던 연탄재가, 벽돌 집들이 들어서며 시멘트로 다시 발라졌던 바닥이, 어스름한 가로등 불빛 밑에서 밤의 낭만을 찾던 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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