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노트"
한때 나는 노트를 수집하는 취미를 가졌었다. 나는 메모하는 걸 좋아해서, 내 가방이나 주머니에는 항상 작은 노트가 들어있었다. 노트를 수집하는 일은 나에게 꽤나 자연스러운 행동이었다. 노트 수집은 이미 한참 전에 멈췄는데도 그때까지 사 모은 노트들이 아직도 한가득인 걸 보면, 정말 열심히 사 모았던 것 같다.
노트는 생각보다 부피가 커서 부담이 되는 시점에서 수집을 그만뒀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면, 핸드폰이 노트 역할을 대신해 주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노트를 들고 다닐 일이 줄었고, 그러면서 노트에 대한 관심이 떨어진 것이 아닐까 한다.
옛날에 썼던 노트들은 모아뒀는데, 그 노트에는 정말 별의별 것들이 다 남겨져 있다. 그때그때 떠오른 생각이나 감정, 좋았던 글귀, 간단한 스케치, 사야 할 목록이나, 긴급하게 적어놔야 하는 내용까지. 어떤 노트는 감상문 전용으로 사용하기도 하고, 어떤 노트에는 수필이나 시 비슷한 것들을 끄적여 놓은 것도 있다.
나에게 한 가지 습관이 있는데, 노트에 글을 쓰기 시작하기 전에 날짜를 적는 것이다. 노트 첫 장에 노트를 사용하는 시작 날짜를, 노트에 글을 쓰기 전에 날짜와 시간을, 그리고 노트를 다 사용하면, 첫 장의 시작 날짜 옆에 마지막 사용 날짜를, 적는 습관이 있다. 그래서 글이 언제 쓰였는지를 분명히 알 수 있다.
메모는 시간과 때를 가리지 않기 때문에, 내 방 곳곳에 노트가 놓여 있었다. 특히 침대 근처에는 꼭 노트를 두고, 꿈꾼 내용을 적기도 하고, 자기 전에 떠오른 생각들을 적기도 했다. 지금은 핸드폰 메모장을 이용해서 메모를 해, 여기저기 두던 노트들이 책꽂이에 잘 보관되어 있다.
핸드폰에 메모해 둔 내용들은, 한 번씩 정리를 해서, 노트에 다시 메모를 해 두곤 한다. 내가 옛날 사람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나는 아직 핸드폰 화면으로 무언가를 보기보다, 종이를 보는 것이 편하다. 그래서 오래 남기고 싶은 것들은 노트에 다시 옮겨 두곤 한다.
사실 나는 여러 가지 노트를 한꺼번에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서, 하나의 노트를 끝까지 사용하는 경우가 드물다. 뒷장이 많이 남은 노트들은, 뒷부분을 잘라, 새로운 노트로 만들기도 한다. 뭔가 항상 마무리가 허술한 성격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산 노트는 가능한 다 사용하고 싶다. 몇 년이 걸리더라도.
나의 수집품들, 나의 기록들, 나의 흔적들, 나의 노트들, 나의 과거가 착착 쌓여 있구나. 그런 생각이 문득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