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상처"
내 다리는 상처 투성이다. 왜인지는 정말 모르겠는데, 나는 잘 넘어지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도 잘 넘어지고 계단에서도 잘 넘어진다. 원인을 고민해 보던 때도 있었다. 너무 터덜터덜 걷는 습관 때문일지도 모른다. 신발을 조금 크게 신는 취향 때문일지도 모른다. 걸음보다 몸이 먼저 나가는 급한 성격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잘 넘어진다.
계단 손잡이는 꼭 잡고 다니고, 걸음을 꽤 천천히 걷는 편이다. 혹시 넘어지더라도 계단 손잡이를 잡고 있으면 계단에서 구르는 것은 방지할 수 있다. 또 걸음 속도가 느리면 몸의 균형을 다시 찾기가 쉽고, 걸음 속도가 느린 만큼 넘어졌을 때 조금 덜 다치는 것 같다.
진짜 어이없지만 얼마 전에 퇴근길에 또 넘어졌다. 평평한 길거리를 걷는 데 왜 턱에 걸린 것처럼 넘어질 수 있는지 아직도 의문이다. 안 넘어지겠다고 버둥거리다 오른쪽 팔꿈치와 무릎을 바닥에 쓸어버렸다. 팔꿈치는 살이 파여서 가만히 있어도 욱신거리는 상처가 났고, 무릎은 살갗이 쓸리고 커다란 멍이 들었다. 무릎은 이제 많이 나아졌는지 간지러움이 시작됐고 팔꿈치는 아직도 욱신거린다.
잘 넘어지는 것만큼 잘 부딪히고 잘 긁히고 다닌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게 상처가 생기고, 이래저래 상처가 끊이질 않는다. 그러다 보니 상처가 크면 약도 바르고 밴드도 붙이지만, 작은 상처는 자연 치유가 되게 그냥 내버려 두고는 한다.
상처도 잘 생기지만 살성이 좋아 상처가 잘 남지도 않는다. 상처 투성이 다리는 사실 나만 볼 수 있다. 상처들이 다 꽤 잘 아물어서 작은 흔적들만 남아, 다른 사람들은 상처인 줄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제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전만큼 빠르게 낫지는 않지만,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상처의 흔적이 거의 사라져 있고는 한다.
몇 개의 상처 빼고는 사실 어떻게 다쳤는지 잘 기억도 나지 않는다. 상처가 잘 낫는 만큼, 나는 상처에 대해 잘 잊는다. 아주 가끔 흔적을 발견하고, 이건 또 언제 다쳤담, 하며 넘어갈 만큼 상처를 잘 기억하지 못한다. 상처도 잘 잊고 사람도 잘 잊고 좋지 않은 기억도 잘 잊는다.
며칠 전 다친 상처는, 곧 말끔히 다 나을 것이다. 그러면 또 언제 다쳤냐는 듯, 통증도 상처도 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