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6일
이틀 정도 잡고, 대청소를 하려고 한다. 지난 계절을 비우고 다가오는 계절을 준비해야 할 시기, 아니 조금 늦은 감도 있다. 이번 대청소의 목표는 정리가 아니다. 버리기다. 미련이란 이름으로 쌓아만 놓던 것들을 모두 비워내려 한다. 대담하고 단호해지려 한다.
이 작은 집에 짐이 너무 많다. 쓰지 않는 짐들만 비워내도 집이 훨씬 깔끔해질 것이다. 청소도 더 쉬워질 것이다. 무언가를 정리한다는 핑계로 또 다른 짐을 들여놓지도 않을 것이다. 아까워서, 언젠가는 쓸 수도 있으니까, 지금은 사용할 수 없지만 예쁘니까, 대대적으로 정리할 때만 존재 여부를 확인하면서도, 필요하다고 우기던 것들을, 비워내려 한다.
쌓아 놓고, 또 쌓아 두다 보니, 정작 필요한 것은 보이지 않는다. 정작 중요하던 것들이 너무 깊숙이 숨어버려 닳고 낡아, 빛을 잃어버린다.
이 집으로 이사 온 지도 꽤 됐다. 이사 오기 전 집에서 몇십 년을 살았다. 이사를 오기 위해 집을 비우는 과정은 거의 전쟁이었다. 오래된 짐들이 끊임없이 나왔다. 있는 줄도 몰랐던, 얼마나 오래된 건지 상상도 할 수 없는 물건들이, 거의 발굴 수준으로 나왔다. 그 공간에서 절대 나올 수 없는 양의 짐들이, 쌓이고 쌓여, 마치 퇴적층처럼, 화석처럼, 그렇게 쏟아져 나왔다.
이 집으로 이사를 온 지도 몇 년이 지났다. 나름 정리도 잘하고, 불필요한 소비는 지양하고, 버릴 것들은 빠릿빠릿하게 버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나의 공간이 줄어든 줄도 모르고, 나의 시각이 좁아지는 줄도 몰랐다. 미련이란 이름으로 쌓아 놓은 것들은, 시야를 가리고 공간을 좁혀왔다.
답답하다, 답답하다. 짐들을 비우고 비워, 더 넓은 벽을, 더 넓은 바닥을, 더 넓어진 공간을, 보고 싶다. 케케묵은 미련, 가장 밑바닥에 있는 그것을, 보고 싶다. 쌓이고 쌓인 답답함을 비워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