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 순간이 지나 조금씩 말라가는

2025년 11월 7일

by 리움

머리를 감고 꼭 드라이로 말리지 않아도, 가만히 두면 언젠가는 마른다. 다만 머리가 마를 때까지, 축축함을 감수해야 할 뿐이다. 물은 언젠가는 마른다.


수분은 중요하다. 물이 없으면 인간은 살 수가 없다. 먹는 것도, 씻는 것도, 입는 것도, 사는 것도, 물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머물지 않아야 할 곳에 머문 물은, 또 사람을 살 수 없게 만들기도 한다.


필요하지만, 적절한 곳이어야 하고, 잘 가둬둬야 하기도 하지만, 잘 말리기도 해야 하고, 때론 흘러가게, 때론 흐르지 못하게 해야 한다.


넘치고 메마르고 흐르고 넘실거리고, 내 안에도 출렁이는 물이 있다.


잘 말리지 않으면 찝찝하고 너무 말리면 삭막해져 버리고, 고요히 고여 있으면 평화롭고 흘러넘치면 숨이 막히는, 감정이란 물이 있다. 순간이 지나 조금씩 말라가는 물이 있다.


(역시 대청소는 하루 이틀 만에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일주일은 널브러진 짐들 사이에서 생활해야 할 듯.)

작가의 이전글육. 대담하고 단호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