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시간 속에 사라져 내 기억 속에만 남아 있는 거리

2025년 11월 9일

by 리움

어릴 적 놀던 곳을 가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미 너무 변해버린. 그러다 그 시절 자주 가던 단골집을 발견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물론, 가물가물한 기억 속에, 조금씩 변해버려 낯설어진 공간일지라도.


주변 풍경도 모두 변했고, 주인아저씨도 이제 안 계시고, 그래도 그 장소에 그 상호가 그 외관이 남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참 반갑다.


요즘은 모든 것이 너무 빨리 변해버리는 것 같다. 아니, 시간의 흐름 자체가 어릴 때와는 많이 달라져 버린 것 같다. 내 시계가 이제 너무 빨리 돌아가, 더 빠르게 변하고 있다고 느끼는 것일 수도 있다. 아쉽다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어떤 상실감, 허망함, 무상함, 그런 복합적인 감정.


어제, 이십 대 시절 자주 다니던 번화가에 갔다. 사람 많고 번잡한 곳을, 조금 피하고 싶은 사람인지라, 참 오랜만에 갔다. 그 지난날, 그 거리를 걸었다. 여전히 북적북적, 복잡 복잡한 거리를 걸었다.


번화가는 더 빨리 변하는 것 같다. 내가 알던 골목이지만 내가 알던 골목이 아니고, 내가 알던 거리지만 내가 알던 거리가 아닌, 그런 곳이 되어 있었다. 그러다 문득, 그 시절 자주 가던, 맥주집을 발견했다. 가게에 들어가 맥주를 한잔 마시며, 낯설어진, 그 거리를 바라봤다.


그때의 그 거리는 시간 속에 사라져, 내 기억 속에만 남아 있다,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도 다 사라질 날이 올 것이다. 그때에는 아마, 나 역시 없을 것이다. 시간이란 그렇게 모든 걸 비워내고 있는 건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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