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이. 조금씩 흐릿해지는 것이 좋을 수도

2025년 11월 12일

by 리움

요즘 잘 모르는 노래를 흥얼거리게 되는 경우가 있다. 제목이 뭔지 가수가 누군지도 모르는 노래를. 길 가다가, 인터넷을 하다가, 어쩌다 듣게 된 노래가 귓가에 남아, 흥얼거리게 되는. 정확히 어디서 들어는 지도 잘 모르겠는 노래를. 그럴 때면, 사람의 기억이란 정말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다. 스치듯 지나간 순간이 남아, 나도 모르는 사이에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


사실 비단 노래뿐은 아니다. 가끔은 버스를 타고 가며 본 간판 문구가 한동안 머릿속에 남아 있을 때도 있다. 그럴 때면 생각한다. 무엇 때문일까, 찰나의 순간이 기억 속에 남게 되는 건.


나는 정말 인상이 흐릿한 사람이다. 군중 속에 잘 묻히는 그런 사람이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도 잘 남지 않는다. 또한 나도 잘 잊는다. 사람들의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하고, 잘 구분하지 못한다. 그렇게 흐릿하게 사는 게 때로는 편하다는 걸 잘 아는 사람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의 기억 속에 오래 남아있다는 것은, 좋을까, 나쁠까. 좋은 모습이든, 나쁜 모습인 든, 언젠가는 조금은 흐릿해지는 것이 좋지 않을까? 기억은 잘 왜곡되고 변질되고 미화되기도 하니까.


아니, 그냥 개인적인 생각이다. '나'라는 사람이 누군가의 기억 속에 오래 남아 있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적당한 순간이 오면, 자연스럽게 흐려져 잊히고 싶다고. 만약, 내가 괜찮은 무언가를 만들어 남긴다면, 그것만 기억되었으면 좋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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