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삼. 쉽게 버리지 못하는 건 당연한

2025년 11월 13일

by 리움

요즘은 몽당연필이란 말을 들을 일이 거의 없다.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에는 일부러 연필을 쓰게 했던 적도 있었던 것 같은데, 내 기억이 맞나 모르겠다. 기억에는, 필통에 아주 짧아진 연필 하나씩은 들어 있었던 것 같다. 생각해 보면 쓰지도 못할 정도로 짧아진 연필을 그냥 버리면 될 걸, 쓰지도 버리지도 않은 채, 필통에 넣어만 다녔던 것 같다.


나는 아직도 몽당연필을 가지고 있다. 너무 짧아져 손에 잡히지도 않는 연필을, 그저 가지고만 있다. 참 이상하게, 쓰겠다는 생각도 안 들지만, 버리겠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이상하게 자꾸 손이 가는 물건들이 있다. 색이 바래고 실밥이 튀어나왔지만, 계속 입게 되는 옷 같은. 손때가 묻었다고 하겠지, 그런 물건들에는. 손때라는 말을 정이라는 말로 바꾸면, 쉽게 버리지 못하는 게 당연한 듯도 하다.


더 많은 손길이 더 많은 시간이 더 많은 정이 쌓였다면.

작가의 이전글십이. 조금씩 흐릿해지는 것이 좋을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