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19일
난 안 먹는 것도 많고 못 먹는 것도 많다. 기본적으로 유지방이 포함된 음식이나, 매운 걸 못 먹고, 오래 씹어야 하는 음식이나, 맛이 너무 강한 음식들도 잘 안 먹는다. 안 먹는 음식들이 많다는 건, 사회생활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나는 가능하면 집에서 먹는 게 편하고, 밖에서는 혼자 먹는 게 편하다. 일단 가리는 음식이 많고, 사 먹는 음식은 대체로 맛이 강해서 그런지, 많이 못 먹고, 많이 남기게 된다. 어릴 때는 진정한 소식자의 면모를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밖에서 타인과의 식사는 더 불편했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선택적으로 입맛에 맞지 않아 안 먹는 음식들 말고, 속에서 받아주지 않아서 먹지 못하는 음식들을, 먹을 수 있었다면, 세상에 대한 즐거움이 더 커지지 않았을까?
가령, 나는 치즈를 못 먹는다. 그런데 세상에는 치즈가 들어간 음식들이 너무 많다. 내가 치즈를 먹을 수 있었다면, 그 음식들을 모두 즐길 수 있었을 텐데. 나는 매운 음식도 정말 못 먹는다. (내 지인들 사이에서) 나는 정말 유명한 맵찔이다. 그런데 요즘에는 매운 음식들이 또 너무 많다. 내가 매운 음식을 즐길 수 있었다면, 그 음식들을 모두 맛볼 수 있었을 텐데.
그냥 그런 생각이 든다. 내가 경험하지 못한 세계에 대해. 타인의 경험을 보고만 있는 것에 대해.
어릴 때, 세상의 모든 것을 경험하고 모든 것을 알고 싶다는, 허황된 꿈을 꾼 적이 있다. 세상 모든 곳을 다니며, 보고, 읽고, 듣고, 느끼고, 모든 것을 알겠다는, 그런 꿈을 꾼 적이 있다. 세상의 모든 것은 알 수 없다는 걸 깨닫는 것은 빨랐다.
지금 옆에서 먹고 있는 치즈 스틱의 맛도 모르는데, 세상을 어떻게 다 알 수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