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삼. 몹시 어두운 눈

2025년 11월 23일

by 리움

누군가와 분쟁이 있다는 것은 참 피곤한 일이다. 그래서 나는 분쟁을 싫어한다. 시끄러운 것도 싫고, 어색해지는 분위기도 싫고, 무엇보다 감정이 크게 요동치는 것이 싫다. 사실 분쟁이 싫다면, 나만 눈을 조금 감으면 된다.


모든 면을 좋아할 수는 없으니, 보기 싫고 불만이 생길 법한 장면에서 눈을 돌리면 된다. 또한 나에 대한 불만이라면 적절한 해명과 사과를 하면 된다. 나의 무릎은 몹시 가볍고, 나의 눈은 몹시 어둡다. 그럼에도 분쟁은 자꾸만 생긴다.


화가 났을 때, 나는 대체로 입을 다무는 것을 선택하지만, 아주 가끔 감정을 폭발시킬 때가 있다. 분노든 슬픔이든 화든 억울함이든, 그렇게 폭발시킨 감정의 끝은 늘 우울함과 자조, 그리고 한 없이 침몰하는 자신을 남긴다.


인연이 완전히 끊어지지 않는 한, 결국 다시 마주해야 되는 날이 온다. 그 어색함과 불편함 또한 너무 싫다.


인관관계는 늘 어렵다. 한 번도 쉬웠던 적이 없다. 나는 타인을 잘 모르고, 나를 설명할 줄 모르고, 이해와 배려를 준비하지 못한 상황을 모르고, 다정한 눈빛과 친절한 손짓은 어쩌면 동화와 같은 것인 줄 모르고, 상처를 다독일 줄 모르고, 어리석고 우둔한 겁쟁이일 뿐이란 걸 모른다.


그리고 지금 나의 우울이 어디서부터 오는 줄은 알아도, 이 우울을 다시 어디로 보내야 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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