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사. 머리카락이 흔들리는 것도 귀찮아지는 순간이

2025년 11월 24일

by 리움

세탁소에 가야 한다. 올 초에 맡긴 옷을 얼마 전에 찾은 건, 옷을 맡겼다는 사실을 잊었기 때문이다. 잊기 전에 옷을 찾아와야 한다.


초조함이 몰려오면 시야가 좁아진다. 불안함이 꿈틀거리면 판단력이 흐려진다. 우울함이 깔리면 의욕이 사라진다. 컨디션이 점점 안 좋아진다. 기분도 점점 가라앉는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는데, 해야 할 일들은 해야 한다.


세탁소에 가야 한다. 세탁기를 돌려야 한다. 청소기를 청소해야 하고, 물병을 정리해야 한다. 만들어야겠다 생각하던 것들을 만들어야 하고, 써야 하는 것들도 써야 한다. 그런데,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기도 하다. 사실 조금씩 미뤄도 되는 일들이긴 하다.


자주, 간혹, 때때로, 흔히, 이런 날들이 있다. 머리카락이 흔들리는 것도 귀찮아지는 순간이.

작가의 이전글이십삼. 몹시 어두운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