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오. 비어있는 손바닥을 보는 것 같은

2025년 11월 25일

by 리움

생겨나는 속도만큼 사라지는 속도도 빠르다.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하는 것에는, 생겨나는 것만큼이나, 사라지는 것들의 영향도 크다.


옷을 한 움큼 버렸다. 더 이상 입지 않는 옷들, 낡아 버린 옷들, 맞지 않는 옷들, 언젠가 입겠다 벼르고만 있던 옷들, 그런 옷들이 한 움큼 내 옷장에서 사라졌다.


비워진 자리에 쌓인 시간을 생각한다. 다시 돌아오지 못할 순간을 기억한다.


기억도, 분명, 생겨나는 것만큼이나 사라질 것이다. 퇴색되고 변색되고 왜곡되고, 어떤 기억은 더 좋게, 어떤 기억은 더 슬프게, 어떤 기억은 더 절망적으로, 새로운 기억에 밀려, 저 먼 곳으로 잊힐 것이다.


비어있는 손바닥을 보는 것처럼, 사라지는 것들을 바라보는 마음은, 공허하다. 지난 시간을 채우던, 소중했던 것들이 떠나, 군데군데 비어있는 공간을 보는 마음은, 서글픔이 어린 공허함이다.


옷을 한 움큼 버리다, 문득 떠올려 본다, 떠나버린, 돌아오지 않을, 것들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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