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로망과 나의 지향

2025년 12월 29일

by 리움

두통이 가라앉으니 기분이 나아졌다. 어릴 때는 정말 편두통이 심해서, 두통약을 달고 살았는데. 아픈 건 다 싫지만, 찌를 듯한 두통은 정말 뭘 할 수가 없게 만든다. 사고도 행동도 생활도 모든 걸 마비시키는 것 같다. 이틀 잠을 늘어지게 잤더니, 컨디션도 더 좋아진 것 같다.


이래저래 생각할 것은 많은데, 두통으로 생각이 멈춰버리니, 오히려 혼란하던 것들이 조금 차분해지는 것 같다. 생각이 많을 때는 오히려 한 번쯤 마비된 것처럼, 멈춰버리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생각이야 늘 오락가락하지만, 그래도 지금 당장 괜찮으니, 꽤 괜찮다.


내 책상 앞에는 엽서 두 장이 붙어 있다. 하나는 노을이 지는 바닷가가 그려진 엽서이고, 하나는 훈민정음해례본이 인쇄된 엽서이다. 하나는 제주도에서, 하나는 간송 미술관 전시회에서 사 온 것이다. 하나는 나의 로망이라면 하나는 나의 지향이다. 책상 앞에 앉아 있는데, 어쩐지 시선이 자꾸만 갔다.


숨은 한번 크게 쉬고, 허리를 곧게 펴고, 어깨에 힘을 단단히 줬다. 시선이 훌쩍 높아지며, 엽서와 눈높이가 같아졌다. 곧바로 보고 있으면, 바로 보이는, 손을 뻗으며, 바로 닿는.

작가의 이전글자고 또 잤지만, 조금 더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