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숨 한 번 크게 들이쉬자
호주에 와서 뭐가 가장 좋냐는 질문에 곰곰이 답해보자면, 다른 게 아니라 “How are you?”이다. 호주 워킹홀리데이 생활을 하며 겪었던 호주에 온 지 100일 때의 일기를 슬며시 이곳에 옮겨 담아본다.
호주에 온 지 3개월 차, 작은 가게였지만 매일 밤 단골손님들로 넘쳐나는 일식 레스토랑에서 웨이트리스로 풀타임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되었다. 일하다 보면 땀이 날 정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가게인지라, 손님의 주문을 받을 때 나는 곧바로 “Are you ready to order?”라고 물어보곤 했다.
그럴 때 손님에게서 돌아오는 대답은 주문이 아닌 “Hi, How are you?”라는 인사말이었다. 그리고 내 대답을 기다리며 생긋 웃는 모습들이 나를 완전히 당황하게 만들었다.
한국에서는 이럴 때 뭐라고 했더라- 이런 적이 있기나 했었나, 아니 없었다. 그리고 내가 먼저 물었던 적도 물론 없었다. 어찌 보면 일면식도 없는 종업원에게 굳이 살갑게 안부를 묻지 않는 게 한국에서는 더욱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느껴지기까지 하니 말이다.
물어오는 대답에 한 번 숨을 후- 하고 뱉고 긴장을 풀고 씩 웃어 보이며 인사를 건넨다. 나는 호주에서도 숨 가쁘게 살고 있구나.
사실 How are you 한 번 물었다고 주문이 가득 밀리는 것도 아니고, 아무리 바빠도 큰일은 안 일어난다. 아직은 익숙하지 않아 의식적이긴 하지만, 항상 한 템포 쉬고 사람들의 눈을 보고 인사를 나누려고 한다. (여담이지만 그러다 보니 눈가에 주름이 많이 늘은 것 같기도 하다.)
그저 서비스를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입장이 아니라, 사람 대 사람으로 인사말 한 마디로 정겹게 그 공간을 데우는 것. 사람 때문에 상처 받을 때도 있지만, 결국은 또 사람 때문에 이렇게 한 번 씩 웃고 마는 것. 모르는 이로부터의 인사가 이렇게 큰 위로가 되는지 이전에는 미처 몰랐다.
그래서 요즘의 나는 이전과 달리 내일이 기대되는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호주에 온지도 벌써 100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