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지 않는 유일한 진실은 '모든 것은 변한다는 것'
하반기 전략을 수정했다. 연초에 1년 단위 계획을 세웠는데 상반기를 돌아보니 하반기는 조금 변화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론만 보면 아무것도 아닌 한 줄의 목표인데 그 한 줄을 얻기 위해 수많은 생각들이 책상에 올려졌다.
머릿속이 복잡할 때는 펜을 움직이며 글로 써보는 게 큰 도움이 된다. 생각들을 모으고 분류하고 합치고 버리면서 하나의 전략 시나리오를 만든다. 회사 인원이 20명을 넘은 이후로는 팀장들만 모아 운영 전략을 이야기 하는 시간을 가진 후 팀장들이 팀원들과 공유하는 방식으로 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조금 다르게 진행해 보았다.
팀장뿐만 아니라 팀원도 직접 만나 이야기해야겠다 싶었다. 광고사업, 마케팅, 촬영&아트, 포스트(편집/디자인/모션) 팀 이렇게 4개 팀을 각각 만났다. 팀장들은 비교적 회사의 비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많은데 팀원들은 사실 공식적으로 그런 시간을 가질 기회가 잘 없다.
시키는 일만 하는 수동적인 사람은 성장하기 힘든 세상이다. 회사도 그런 사람을 원하지 않는다.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일의 의미를 찾고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주체적으로 일하기 바란다면 나도 더 적극적으로 생각을 공유해야겠다 싶었다.
하반기는 어떤 전략인지 왜 그런 전략이 나온 건지 그래서 우리가 그리는 미래가 무엇인지 팀장부터 신입사원까지 모두에게 상세히 얘기해주고 싶었다. 물론 평소에도 안 한 건 아니지만 결론만 간추려 공지하거나 팀장들이 따로 전달하는 방식이었다. 이번에는 팀원들에게도 내 언어로 바로 전달하고 싶었고 팀원들의 이야기도 직접 들어보고 싶었다.
나는 영업하는 사람이고, 촬영하는 사람이고, 편집하는 사람인데 전략이니 브랜딩이니 고객이니 이게 다 무슨 소리인가 하는 팀원도 있었을지 모른다. 졸렸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일단 했다. 당장에 100% 이해하지는 못하더라도 자리로 돌아가 일을 하면서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이 왔을 때 방향성을 잡아주는 이야기일 거라 믿으며.
실무적으로 크게 바뀐 건 없다. 그렇다고 이런 시간을 가지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회사의 전략 나침반이 수리되었는데 팀원들이 이 수리 사실을 모른다면? 자신은 분명히 이쪽이 맞는 것 같은데 바늘이 왜 자꾸 이쪽을 가리키는 건지 혼란스러운 순간이 생길 것이다. 그러면 이쪽으로도 저쪽으로도 가지 못하고 파도에 휩쓸려 버릴지도 모른다. 내 입장에서는 전사 얼라인먼트 데이를 이용해 마이크 잡고 자료 띄워서 한 번에 끝내면 편한 일이지만 조금 비효율적이더라도 돌아가는 방법을 선택했다. 그게 결국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니까.
똑같은 내용을 2시간씩 4번을 해야 했지만 팀이 다르다 보니 할 때마다 새로웠고 하면서 나 스스로도 생각이 더 디벨롭 되었다. 그리고 다시 각 팀의 팀장들과 1:1로 만나 하반기 OKR을 수정하고 또 수정했다. OKR을 위한 OKR이 아닌 진짜 일을 더 잘하기 위한 도구로서의 OKR이면 좋겠는데 사실 이게 쉽지 않다. 매년 할 때마다 어렵고 매주 주간회의 때 이게 맞나 싶지만 처음보다 많이 발전했다. 그리고 이번 1:1 미팅에서 팀장들에게 좋은 피드백도 받았다.
너무 어려웠는데 대표님과 얘기하니 그래도 뭐가 풀린다는 팀장, 하반기가 기대된다는 팀장(진짜지?ㅋㅋ), OKR을 수립하면서 처음으로 우리 팀에 딱 맞는 공감되는 목표를 갖게 된 것 같다는 팀장까지. 그냥 하는 말이여도 괜찮다. 나도 이렇게 그대들에게 동기 부여받아야지!ㅎ 그리고 무엇보다도 팀원들과 가까이서 만나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충분히 값진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4월에 다시 읽은 모건 하우절의 책 <돈의 심리학>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심리학자들이 쓰는 용어 중에 재미있는 말이 하나 있다. '역사가 끝났다는 착각' 역사는 끝났고 변화는 더 이상 없을 거란 착각이다. 과거에 비해 자신이 얼마나 많이 변했는지는 예민하게 인지하면서, 미래에 자신의 성격이나 욕망, 목표 등이 변할 수 있음은 과소평가하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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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역사가 끝났다는 착각'이 존재함을 인정한다면, 아직 합법적으로 술을 마실 나이가 되기도 전에 선택한 직업을 사회보장 제도의 혜택을 받을 나이가 될 때까지 계속 좋아할 확률이 높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을 것이다. 이때 요령은 변화라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최대한 빨리 다음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사람은 변한다. 그러니 세상도 변하는 것이다. 변하지 않는 것은 모든 것은 변한다는 사실이다라는 말도 있지 않나. 이 포스트잇에 쓰인 내용이 불변의 정답이 아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이 포스트잇은 서랍 깊숙이 넣었다. 벌써 한 달 전 생각이고 우리는 계속 변할 테니까.
벌써 8월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