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cc Director's Note #02
여느 때와 다름없이 점심을 먹으러 가는 길, 하늘을 올려다봤습니다. 일 년에 몇 번이나 볼까 싶은 맑은 하늘, 새파란 배경에 솜사탕처럼 하얀 구름과 뜨거운 바람은 해운대 바닷가의 날씨를 떠올리게 합니다. '아 완연한 여름이구나'생각하는 순간, 눈앞의 구름이 말풍선이 되어 속삭입니다.
상반기가 끝났어.
여름이 왔다는 건 올해 목표를 잘 달성하고 있는지 중간 점검을 해야 할 시간이 왔다는 뜻이죠. 저의 상반기는 조금 특별합니다. 5월에 15cc를 시작했고 벌써 세 달 차에 접어들었어요. 늘 되는대로 살아가는 제가 일에서만큼은 정말 파워 J인데요. 15cc 역시 시작하기 전 이런저런 계획을 세웠었죠. 그리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 계획했던 숫자를 달성했습니다. 두 달 만에 인스타그램 팔로워 1,000명 달성! 5월 7일에 첫 글을 올렸는데 7월 7일에 1,000명이라니. 일부러 맞추기도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이게 무슨 하늘의 뜻이냐며 호들갑을 떨어봅니다.
겨우 1,000명일지도 몰라요. 15gram 팔로워 48,000명에 비하면 겨우 2%에 불과한 숫자예요. 그런데 기쁨은 200%였습니다. 정확히 10분간이요. 10분 뒤에 1,001명이 되었거든요. 자 이제 2,000명이라는 새로운 숙제가 떨어졌네요. 복권에 당첨되면 딱 1년 행복하다고 합니다. 당첨된 상태가 디폴트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래요. 숫자 목표는 사람을 달리게 만드는 원동력이면서도 계속 더 달려야만 하도록 만드는 악당 같기도 합니다.
결과에 연연하지 말고 과정을 즐기자고 쿨하고 멋진 리더의 모습을 연기해 보지만 저 같은 범인은 뒤돌아 또 2천 명 전략을 짤 것이란걸… 스스로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많이 사랑하는 지혜로운 명지 팀장도 손뼉 치고 뒤돌아서 머리 싸맬 거란 걸 알기에 마음이 아픕니다만, 어쩌겠어요. 그 사장에 그 팀장인걸요. (이렇게 은근슬쩍 제 마음을 고백하는 걸 눈치 채주길 바라는 저를 예쁘게 봐주세요)
숫자를 앞세워 얘기하니 굉장히 냉철하고 이성적인 사람처럼 보이는 효과가 있네요. 하지만 단순히 숫자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있었습니다. 파워 J의 애초 계획은 이랬습니다.
1. 아카데믹하지 않은 실용적인 콘텐츠를 만들 것
2. 맥락 없는 꿀팁은 지양할 것
글로 쓰니 꽤 명료해 보이는데요. 막상 그 경계를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가끔은 너무 이론적인 아카데믹한 글이, 가끔은 성과에 눈이 멀어 어그로를 끌기도 했죠. 그래도 이런 경험들이 켜켜이 쌓여 정보와 어그로 그 사이 어디쯤의 실용적인 꿀팁들을 대방출할 수 있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발견한 놀라운 사실은 '꿀팁' 보다 '본질'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더 많은 좋아요와 저장을 받았다는 거예요. 콘텐츠의 '본질'을 이야기할 때 많은 사람들이 공감한다는 사실이 요즘의 저에게는 눈물 나게 감동적이었습니다. AI와 사이좋게 지내려 노력하면서도 AI가 나를 지배할까 두렵기도 합니다. '사람 vs 기계'의 산업화 시대를 지나 '사람 vs 로봇'의 AI 시대를 맞이한 요즘, 우리는 인류애에 갈증을 느끼고 있어요. 인류애의 정의를 한 문장으로 말하진 못해도 그 느낌은 알 것 같습니다. 본질을 다룬 콘텐츠들이 높은 저장수를 보이는 현상에서 바로 그 미세한 인류애를 느꼈어요.
결국 저를 움직이게 하는 건 1,000명의 숫자가 아닌 이런 의미 부여라는 걸 또 깨닫습니다. 이제 2,000명을 향해 뛰지만 그 안에 무엇을 채울지를 먼저 묻겠습니다. 작지만 깊게, 이게 15cc가 존재하는 이유니까요.
올여름, 우리의 작은 파동이 당신의 창작에도 잔잔하게 번지길 바랍니다.
다시 만날 8월을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