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정란 Jul 26. 2023

돈 보다 중요한 것에 대해

사업하는 엄마의 개똥철학일지라도

돈 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는 사실을 믿는가. 대단한 철학이 있어 이런 이야기를 쓰는 것은 아니다. 돈과 어떤 것 사이에서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사람이 있다면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작년 11월에 써놓은 메모를 오픈해 본다. (역시 이런 글은 새벽 4시경에.. 나왔구나ㅎ)


20대의 나는 돈 보다 중요한 게 있다는 걸 몰랐기에 돈을 벌고 싶었다. 일단 돈 버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다. 돈을 벌어야 그 돈으로 행복도 꿈도 이룰 수 있다고 믿었다.


당연한 거 아닌가. 돈이 없어서 돈과 다른 것의 중요도를 비교할 수가 없는데 어떻게 돈 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있어보지 않았는데 어떻게 돈과 다른 무엇을 비교해서 생각할 수 있단 말인가. 그건 돈이 있어봐야 알 수 있는 것 아닌가. 


나는 부자는 아니다. 부자의 기준을 뭘로 잡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유튜브에서 말하는 그 부자, 자산으로만 따진다면 어쨌든 아니다. 그래도 이제 일반 레스토랑에서 가격을 보지 않고 먹고 싶은 것을 시킨다. 물건을 살 때는 가격보다 품질을 우선으로 선택한다. 그래서 요즘은 계산할 때 가격을 알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기서부터 저기까지 주세요, 이런 느낌 절대 아니고) 가격 레인지가 충분히 예측되는 있는 곳에서 그렇다는 소리다.


지금 이 사업을 당장 망한다 해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정도의 돈을 벌어보니 이제는 조금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게 된 거다. (이 또한 얼마로 다시 시작하냐에 따라 다를 수 있으니 오해 금지) 20대에는 돈 보다 중요한 것에 대한 내 생각을 이야기할 수가 없었다. 돈 벌지 못한 자의 자기 합리화처럼 보일 뿐 그 말에 아무런 진정성도 없을 테니까. 아니 어쩌면 나는 믿지 않았을 가능성이 더 크다. 이렇게 지나고 나서야 무슨 말을 못 하겠나. 과거의 내 생각에 대해 충분히 왜곡해서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래서 기록이 중요하다. 


어쨌든, 아마도 나는 몰랐을 확률이 더 높다. 왜? 돈이 없었으니까. 돈이 없는데 돈 보다 중요한 게 있다는 것을 어떻게 내가 알 수 있었겠는가. (이 말투 왜 자꾸 조세호가 생각나지..)


그럼에도 다행히 돈보다 중요하지 않을까 싶었던 것들, 반은 의심하고 반은 믿으면서 그 사이 어딘가에 내 마음을 잡아두고 어떻게든 지킬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렇게 버텼기에 무너지지 않고 이 정도라도 하고 있는 게 아닐까. 그래서 지금 돈 버느라 정신없었던 지난날들을 원망하지 않으면서 그 시간들이 배움으로 가득한 값진 시간이었다 여길 수 있는 거겠지. 훗날 아들에게 '아들아 세상에는 돈 보다 중요한 게 많단다'라며 내 생각을 당당히 얘기할 수 있으면 좋겠다.


관계, 건강, 사랑, 나를 성장시킬 수 있는 배움.(특히 배움에는 돈을 아끼지 않았다. 지금도 그렇다.) 이런 것들을 버리면서 까지 돈을 버는 데에 목숨 걸 필요는 없다고. 아니 이런 것들을 버리지 않아서 돈을 벌 수 있었던 것 같다고. 그리고 그 돈 보다 중요한 요소들이 나를 더 풍요롭게 하고 결국 그 풍요는 다시 경제적 보상으로 돌아오는 선순환 구조를 알게 되면 인생이 조금은 재미있어진다고. 우리 아들이 경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면 이런 대화도 해봐야지.


일단 한글부터 떼고..^^


아, 그리고 돈에 대해 쓰고 보니 드는 생각.

나는 요즘 돈 보다 시간을 아까워하는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2평짜리 고시원을 보고 첫눈에 반한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