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일이 바빠 열흘 만에 시골집으로 내려왔다.
마음은 며칠 전부터 조마조마했지만, 쉽게 발길을 옮길 수 없었다.
대문을 열자마자 가방도 내려놓지 못한 채 물 호스부터 찾았다. 말라서 몸을 비틀고 있던 꽃들을 살리기 위해 스프링 쿨러를 먼저 돌렸다.
텃밭은 이미 아수라장이었다.
팔뚝만큼 자란 호박은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지지대를 무너뜨렸고, 오이는 늙어 노랗게 물들어 있었다.
풋고추와 방울토마토는 서로 뒤엉켜 정글처럼 변해 있었다. 옥수수는 어느새 노란 수염이 가지런히 달려있었고, 익은 방울토마토는 수북이 땅에 떨어져 있었다.
화분 속 화초들은 더위에 더 취약했는지 여러 개가 숨을 거두었고, 잡초는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로 무성하게 자라 있었다.
공들인 시간과 정성을 생각하니 허탈함이 밀려왔다.
문득 생각했다. 만약 화초들에게 감정이 있다면, 이 무더위 속에 방치한 주인에게 어떤 말을 했을까.
시골집은 그 자체로 살아 있는 생물 같다.
한주도 빠짐없이 온전히 시간과 정성을 바쳐야 한다.
특히 여름에는 며칠만 물을 걸러도 꽃들은 죽고 작물들은 시들어간다.
비가 내리지 않는 가뭄 속 일주일은 몹시 길다.
도시에 있어도 시골집 일기예보를 매일 챙겨보게 된다.
4도 3촌의 낭만을 꿈꾼다면, 반짝 흥미로는 버틸 수 없는 일이다. 생각보다 훨씬 단단한 각오가 필요하다.
손이 많이 가는 만큼, 마음도 많이 써야 하는 삶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손길 속에서 피어나는 행복감은 분명 존재한다.
당신이라면, 이 낭만과 감당해야 할 몫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하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