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선 너머 스러지는 태양처럼 꿈은 아득히 멀리 있는 줄 알았는데, 돌아보니 옆에 와 있었다.
설마 그게 이루어지겠어?
꿈이라도 꿔보자!
2015년 6월 24일 페이스북에 무심하게 글 몇 줄을 올렸을 때는 그런 마음이었다.
"50대가 되면 꼭 해보고 싶은 것 중 하나,
작고 아담한 세컨드하우스와 텃밭"
10년이 지난 현재, 어느새 나는 세컨드하우스에서 4년째 생활 중이다.
별빛이 빛나는 시골의 캄캄한 밤하늘, 소파에 홀로 앉아 엘피 음악을 들으며 유리창에 흐르는 빗물을 바라보던 순간, 새소리와 함께 한 고요한 명상의 시간들...
그렇게 자연에 의지하여 지냈다. 이 꿈을 이루기 위한 현실적인 손실이 있었지만, 누린 것들에 비교할 바 못된다.
하나의 꿈을 이루고 나서, 다시금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한다. 내 안의 호기심과 취미들이 삽이 되어 흙을 파고 들어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물이 솟아올라왔다. 우물 안에서 서서히 물이 차오르고 있다.
중년에서 노후로 넘어가는, 경제적 압박이 느슨해지는 구간에 하고 싶은 일이다. 소도시 구석진 뒷골목일수도 있고, 차들이 서행하며 지나가는 국도변일 수도 있다. 빈티지 스타일로 꾸민 다정한 공간에서 단정하게 차려입고 향긋한 커피를 내린다. 갓 내린 고소한 커피 향이 공간을 가득 채우고, 오후의 햇살이 깊숙이 들어오는 커다란 창가 앞에는 계절을 머금은 자그마한 꽃들이 피어있다. 둔중한 원목 테이블 서너 개와 열개 남짓한 나무의자가 자리 잡은 작고 소박한 공간.
타닥타닥 불타는 화목난로 위 법랑 주전자에서 하얀 수증기가 쉼 없이 피어 올라 공기 중으로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일상에 쫓겨 한 달에 2~3권도 못 읽던 삶에서 벗어나 읽고 싶었던 책을 하루 종일 읽는다. 여기저기 밑줄을 그어 손때가 묻은 책들은 누구든지 꺼내어 읽어도 된다. 불안과 괴로움 속에 몸부림치던 힘들었던 젊은 시절, 문장 하나에 위로받고 성숙되어 갔던 내 시간들이 밑줄 위로 고스란히 남아있다.
한쪽 벽에는 그동안 모아놓은 엘피와 시디를 꽂아놓는다. 잊고 지내던 젊은 날의 추억들이 낡은 엘피의 지직 거리는 소리와 함께 되살아날 것이다. 유일하게 스피커만은 좋은 것으로 장만을 하면 더 좋겠다.
용돈처럼 모아 어느 정도 수익이 모아졌을 때 팻말을 내 걸고 출사여행을 떠난다. 마음에 드는 사진은 인화를 하여 마끈에 집게로 걸어 번갈아가며 전시를 한다.
낯선 타인들과 스치듯 얕게 교류하는 조용한 공간이 갖고 싶다. 하루 종일 찾아오는 이가 없는 날도 있겠지만 괜찮다. 가끔은 홀로 보내는 나만의 공간으로써 충분하다.
이 계획을 시작할 수 있는 시기가 되려면 10년은 족히 남았고, 그전에 하나둘씩 준비를 해야 될 것이다.
바리스타 자격증이 필요하고, 엘피와 책도 차곡차곡 더 모아야 한다.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이 설레고 행복하듯이 계획을 짜고 상상할 수 있는 기간이 소중하다. 앞으로 10년 동안은 상황에 따른 변화들 속에 끊임없이 계획이 수정될 것이다.
만약, 실패하게 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인테리어와 기본 시설에 투자할 자금은 망해도 타격을 받지 않도록 소액이어야 한다. 수익이 목적이 아니므로 위치와 크기도 중요하지 않다. 기본적인 유지비만 충당된다면 북카페를 한동안은 열어둘 수 있을 것이다. 운이 좋아 이 모든 것이 가능하다면 내 육신이 허락하는 시기까지 유지하고 싶다.
세상 물정 모르는 아줌마의 '설마 이루어지겠어? '라는 한여름 밤 꿈같은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꿈이라도 꿔보자! 이루어질지 말지는 인연의 문제다.
소녀 같은 감성을 지닌 할머니가 다소곳이 앉아 시를 읽으며 커피를 내리고 있을 미래의 나를
떠올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