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그마는 나를 태우지 못했다

끝없이 걷던 맨발의 밤

by 리케

열려있는 입구로 들어가 주차된 차 옆에 휘청거리며 쪼그리고 앉았다. 주차장 입구로 보랏빛 새벽빛이 밀려들던 순간 찬 기운에 정신이 들었다. 머리는 깨질 듯 아팠고, 갈증에 목이 타올랐다. 왜 여기에 있는지, 지난밤에 얼마나 술을 마셨는지 기억이 희미했다. 만취한 여자가 주차장 한쪽 구석에서 몇 시간이나 졸고 있었는데도, 무사했다는 사실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펄펄 끓어오르는 '불안'이라는 마그마를 뜨거운 줄도 모른 채 가슴속에 끓어 안고 있었다. 그 무렵 자주 꿈에 나타난 내 모습은 신발을 잃어버린 채 맨발로 낯선 거리에 서 있었다. 핸드폰 속 지도 앱은 아무리 터치를 해도 작동을 안 했고, 도로를 걷고 걸어도 택시 한 대 보이지 않았다.


밤 문화와 술은 '방황'이란 달콤하면서도 떫디 떫은 녀석과 단짝 친구다. 한 여름밤 전구 앞에 모여드는 불나방들처럼 같은 부류들만 꼬여 바른길로 이끌어줄 사람도 없었다.


카드 대금 결제일이 코앞이었다. 통장 잔고는 0이었고, 카드 돌려 막기로도 연명할 수 없는 지경에 봉착했다.더 이상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곳은 사채밖에 없었다.


"난 망할 거야!

집안 집기들에 빨간딱지들이 나붙고, 거리로 내몰려 홈리스가 되어 비참하게 죽고 말 거야."


한 생각이 균열을 일으키고, 실체 없는 생각들이 불안으로 엄습해 왔다. 마지막까지 나를 담고 있던 그릇에 실금이 가기 시작하더니 결국 와장창 깨져버렸다.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자신감을 영원히 상실한 채 모든 것이 불가능해 보였다. 나 자신을 믿을 수 없었고, 망망대해 폭풍우 속에 쪽배 하나 의지한 채 매달려 있는 기분이었다.


고통의 바다에 끝 간 데 없이 추락하다가 바닥에 발 끝이 닿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 순간에 가장 소중한 내 분신, 사랑하는 자식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이대로 망해서 비루해져도 상관없지만, 자식에게는 결코 그런 삶을 안겨줄 수 없다는 책임감이 강하게 나를 붙들어 세웠다.


바깥을 아무리 살펴봐도 답이 없었다. 해답은 나 자신 안에서 찾아야 할 것 같았다.

그때부터 나를 찾는 여행이 시작되었고, 관련된 책들을 찾아서 읽어 내려갔다. 에크하르트 톨레의 책에서 '나는 내 생각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접하고 짜릿한 전율을 느꼈다. 이후 틱낫한 스님의 책을 읽으며 명상을 시작했고 비로소 내면의 고요함을 알게 되었다.




가끔 걸려오는 불나방들의 전화에 이렇게 대답한다.

"이젠 밤 문화가 어색해. 시끄러운 장소보다 조용한 곳이 좋다. 낮에 차나 한잔 해"

방황과 불안의 그림자가 사라진 삶은 강물처럼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있다.


와장창 깨졌던 내 그릇의 파편들은 모래알만큼 부서져 빛나는 도자기로 다시 빚어졌다.


나는 망하지 않았다.

바닥은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힘껏 박차고 다시 오를 수 있는 출발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