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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레이 Dec 17. 2017

오만과 편견, 그리고 설득 (1)

에토스, 파토스, 로고스적 요소 

Ⅰ. 들어가기          


 흔히 상대방이 신뢰도가 낮은 이야기를 할 때 많은 사람들은 ‘소설 같은 소리하고 있네’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하지만 이러한 표현은 잘못된 표현일 수도 있다. 작가들은 소설 속 주인공을 창작할 때 인간의 근본적인 본성을 치밀하게 분석하고 실제 인간과 매우 닮은 생생한 인물로 그려낸다. 특히 완성도가 높은 소설은 역사나 사회학 등 비소설보다 인간의 근본적이고 보편적인 본성을 더 진실에 가깝게 보여줄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에서 다음과 같은 유명한 말을 남겼다. 

시는 역사보다 더 철학적이고 중요하다. 왜냐하면 시는 보편적인 것을 말하는 경향이 더 강하고, 역사는 개별적인 것을 말하기 때문이다. 


 인간이 창작한 시, 소설과 같은 문학 작품이 수백, 수천년이 지나도 오늘날 현대인들에게 생생한 울림을 주는 이유는 바로 인간이 숨기고 싶어하는 근본적인 본성조차도 샅샅이 있는 그대로 잡아내고 보여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책을 자주 읽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실제 인간의 본성을 총체적으로 관찰할 수 있다.

『인간실격』은 단순히 인생을 망친 한 폐인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다이버전트』의 트리스는 단순히 자신만이 세상을 구할 수 있다는 믿음에 사로잡힌 중2병 사춘기 청소년이 아니다.      

 여행 중 만난 내 러시아 친구는 안나 카레니나를 보고 she's a real definition of bitch라고 잘라 말했지만, 안나 카레리나는 단순히 비난받아 마땅할 바람핀 X년이 아닐 수도 있다.    

  

 다시 돌아와서, 이 글에서는 남성이 평생을 함께 할 결혼의 짝을 찾으려고 할 때 어떻게 효과적으로 여성을 설득해야 하는지를 제인 오스틴의 대표작 『오만과 편견』을 통해 알아본다. 제인 오스틴만큼 성선택 과정에서 나타나는 확고한 진리를 정확히 짚어낼 정도로 통찰력이 있는 작가는 드물다. 

 다아시의 청혼을 분석하는 이론적 배경을 제공하는 텍스트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을 사용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은 수사학을 ‘주어진 경우에 가능한 모든 설득수단을 찾아내는 능력’이라고 정의했으며, 이 때 설득의 3요소를 각각 에토스, 파토스, 로고스라고 정의했다. 

 이 글에서는 『오만과 편견』에 나온 주요 설득 상황 하나를 선택했다. 작중 다아시는 엘리자베스에게 총 2회 청혼을 하는데, 작품 중반부에 나오는 다아시의 청혼은 처참할 정도로 실패했지만, 작품 최종 후반부에 등장하는 그의 프로포즈는 그 과정이 너무도 자연스럽고 결말이 예정되어 있을 정도로 완벽히 성공했다. 이 글에선 처음 다아시가 청혼할 때 설득의 3요소 중 각 요소별로 어떤 부분이 미흡했는지 분석하고, 그 중 가장 큰 실패 원인이 무엇인지를 탐색한다. 더 나아가 현실에서 남자가 여자에게 효과적으로 프로포즈를 할 때 어떻게 설득의 3요소를 적절히 활용할 수 있을지 알아보며 결론을 마무리 짓는다.


Ⅱ.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의 설득 3요소 - 에토스, 파토스, 로고스  

        

에토스 - 화자 / 파토스 - 청중 / 로고스 - 논리적 메세지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하면 에토스, 파토스, 로고스가 설득 과정에서 각자 특수성에 맞게 적절히 사용될 때 상대방에게 효과적으로 설득할 수 있다. 설득의 3요소를 간단히 소개한다.

 

1. 에토스(ethos)     

 먼저 아리스토텔레스는 ‘말하는 사람의 성격’, 즉 에토스(ethos)가 설득 도입 부분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설득은 기본적으로 감성이 아닌 이성에 의해 이루어지며, 이 때 연설을 듣는 사람의 이성은 덕을 갖춘 연설가에게 일차적인 신뢰를 보낸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수사학』 1권 2장에서 이렇게 말한바 있다.

    일부 수사학 교본 저자들이 저들의 저술에서 주장하는 것과는 달리, 연설가의 올곧음이 설득의 능력에 기여하는 바가 없지 않기 때문이다. (연설가의) 성격은 말하자면 거의 가장 유력한 설득수단을 구성하는 것이다. 

 일단 청중들에게 자신이 믿을만한 사람으로 보이게 만들어야 설득이 파고들 틈이 형성된다. 청중들이 신뢰할만한 연설가는 설득력이 있는 성격을 지니며, 이 때 그 성격으로는 (arete), 실천적 지혜(phronesis), 그리고 호의(eunoia)가 있다. 먼저 덕은 탁월성과 동일한 의미로 쓰인다. 지나침 또는 모자람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중용이 탁월성이라고도 볼 수 있다. 만약 자신이 선과 악을 분별할 능력이 없는 사람이거나, 만약 그럴 능력이 있다 하더라도 악덕을 거부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탁월성 또는 덕이 부족한 사람이다. 이 때 선과 악을 적절하게 분별하는 능력을 실천적 지혜라고 부른다. 한편 이 둘을 모두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연설하는 상대방에 대한 좋게 지낼 호의가 없다면 청자에게 이익이 되는 제안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 세 가지 성격 중 하나라도 결핍된다면 청중들이 연설가를 신뢰하기 어렵다고 강조한다. 


2. 파토스(pathos)     

 자신이 실천적 지혜, 덕, 호의를 갖춘 인물이란 것을 청중들에게 드러낸 후에는 청중의 상태를 고려해야 하는데, 이 때 청중의 감정파토스라고 한다. 파토스는 ‘사람들의 의견을 바꾸게 하는 원인’이 된다. 파토스의 영향력은 매우 커서 플라톤이 파토스의 변덕에 의해 재판 결과가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현상을 비판할 정도였다. 파토스는 자극에 의해 쉽게 좌우되며 종종 이성, 즉 로고스와 배치되는 움직임을 보여준다. 

 하지만 화자도 적절한 기술적 설득을 통해 청중의 심리상태를 바꿔 파토스를 유리한 쪽으로 유도할 수 있다. 파토스를 활용한 기술적 설득은 곧 청중의 감정의 자극하여 화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내는 것을 말한다. 『수사학』 2권을 참조한다면 파토스적 설득이란 충동적으로 자극하는 것이 아닌, 발현시키거나 고무시키는 것을 뜻한다.


 3. 로고스(logos)     

 에토스와 파토스 이후 등장하는 것이 로고스로, 말 자체의 논리적인 증명으로 설득하려는 내용의 근거를 뒷받침하는 역할로 쓰인다. 로고스는 논리적으로 완벽한 증거를 통해 상대방이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유도한다. 

 로고스에서 말하는 수사학적 논증의 근거 제시 방법으로는 생략삼단논법과 예증법이 있다. 이 글에서는 편의상 귀납적 논증 방법인 예증(paradeigma)만을 놓고 논의를 진행한다. 예증법은 사례와 사례 간 비교를 통해 공통점을 돋보이게 하여 근거를 보충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예증을 두 가지로 분류하는데 ‘이전 사례를 인용하는 경우’와 ‘상상으로 사례를 만드는 경우’로 나눈다. 


 (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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