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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레이 Jul 27. 2017

지도로 보는 웨스테로스와 영국

왕좌의 게임 세계관과 유럽 역사 스토리 #1

한국에선 찌는듯한 폭염이 한창이지만 왕좌의 게임 시즌 7이 이제 막 시작한 웨스테로스에서는 혹독한 겨울이 진행 중이다. 왕좌의 게임에 등장하는 사건과 배경 중 상당수가 유럽, 특히 영국의 역사와 닮았는데, 실제로 원작자 조지 R.R. 마틴은 여러 역사적 사건으로부터 영감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역사와 비교하며 왕좌의 게임을 보면 보다 흥미를 가지고 풍성하게 느낄 수 있기에 왕좌의 게임에 숨은 역사-문화-지리 코드 등을 캐치하는 것을 추천한다.

왕좌의 게임 세계관에서는 웨스테로스(Westeros), 에소스(Essos), 소토리어스(Sothoryos) 세 대륙이 '알려진 세계(The Known World)'에 속한다. 그중 오늘날의 유럽에 해당하는 웨스테로스에서 대부분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중세 유럽인들도 세계가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로만 이루어져 있다고 믿었다. 당시 중세 사람들의 T.O 지도를 보면 세계의 중심에는 예루살렘이, 유럽과 아프리카 사이에는 지중해가, 그리고 이 원 밖에는 대양으로 막힌 세상의 끝이 존재한다고 보았다. 동쪽 끝에는 낙원(오늘날 중국)이 존재하는데, 그래서 십자군 전쟁이 한창이던 당시 상상력이 풍부한 중세 유럽인들은 형제 크리스트교 국가이자 지상낙원인 중국이 언젠가 이들을 도와 이슬람을 함께 무찌를 것이라 생각했다.

중세 T.O 지도와 현대 지도를 중세인의 관점으로 본 것

전체 세계 중 웨스테로스를 먼저 떼어놓고 본다면, 웨스테로스의 지도는 영국의 지도와 매우 유사하다. 대략적으로 보았을 때 웨스테로스의 북부는 스코틀랜드에, 남부는 잉글랜드에 해당된다. 웨스테로스의 북부에는 최초의 인류 청동기 문명의 퍼스트맨(First Men)이, 남부에는 뒤이어 들어온 철기 문명의 안달족(Andals)이 자리를 잡았다. 이때 퍼스트맨은 기원전 6세기경에 영국으로 이주한 켈트족을, 안달족은 로마의 브리타니아 속주 포기 직후 5세기 무렵 들어온 앵글로색슨족과 닮았다.

<브레이브 하트>에서 Freedom을 외치는 스코틀랜드 저항군과 스스로를 Free Falk라 부르는 <왕좌의 게임>의 와일들링

앵글로색슨 7왕국(Heptarchy)과 왕좌의 게임 7왕국

퍼스트맨 이전엔 숲과 나무를 신봉하던 숲의 아이들(Children)이라는 요정 종족이 살았는데, 켈트족 이전에 먼저 영국에 정착해 스톤헨지를 세우고 후에 이들에게 문화적 영향력을 끼쳤던 신석기인으로 추정된다. 숲의 아이들은 마법을 사용하며 나무를 신성시하고 신으로 모셨는데, 자신들의 종교를 퍼스트맨에게 전수한다. 이들이 믿은 자연친화적 종교는 켈트족이 믿은 드루이드교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고대 브리튼인은 독특하고도 소름 끼치는 종교인 드루이드교를 믿었다(...) 드루이드 사제는 참나무를 숭배했으며, 참나무를 휘감으며 자라나는 겨우살이풀을 신성시했다. 그들은 '신성한 숲'이라고 부르는 어두침침한 숲 속에 모여 자기들만의 신비한 기술을 사제가 되기 위해 찾아온 젊은이들에게 가르쳤다.
드루이드교 사제들은 천장이 뚫린 장대한 사원과 제단을 지었는데, 그중 일부가 지금도 남아 있다. 윌트셔 지방의 솔즈베리 평원에 있는 스톤헨지가 대표적이다.

-영국사 산책(A Child's History of England), 찰스 디킨스-

왕좌의 게임은 지리의 외형뿐만 아니라 세계관의 주요 장치를 영국으로부터 가져왔는데, 대표적으로 두 가지를 뽑자면 수도 킹스랜딩(Kings Landing)과 장벽(The Wall)이다. 킹스랜딩은 런던인 거 알겠는데 장벽은 우리 시황제 님의 만리장성에서 따온 것 아닌가요?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만 영국에도 고대 로마인들이 로마화되지 않은 북쪽 켈트족의 침입을 막고자 세운 하드리아누스 장벽이 있었다. 하드리아누스 성벽을 경계로 현재까지도 켈트 풍습을 보존하고 있는 북쪽의 스코틀랜드(와이들링과 북부인)와 로마화 이후 앵글로-색슨족이 지배하는 남쪽의 잉글랜드(나머지 안달족 국가들)로 세력권이 나뉘게 되어 현재까지 그 영향이 이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웨스테로스와 에소스를 분리하는 협해(Narrow Sea)는 영국과 프랑스 사이에 있는 영국해협(English Channel)과 도버해협(Strait of Dover)을 연상시킨다. 오래전에 육로로 연결된 웨스테로스와 에소스가 지금은 갈라진 대륙이 된 것처럼 빙하기가 사그라들어 해수면이 상승하자 영국과 유럽대륙은 분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