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좌의 게임 세계관과 유럽 역사 스토리 #2
작가 조지 R.R. 마틴이 서쪽(West)의 세계 웨스테로스(Westeros)를 구상할 때 서양, 그리고 특히 영국으로부터 많은 모티브를 가져왔다. 한편 동쪽(East)의 땅 에소스(Essos)의 경우는 참고 대상이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의 주 무대였던 남유럽, 그리고 메소포타미아와 페르시아 문명 등 다양한 고대 국가가 나타났던 중동 아시아라고 볼 수 있다.
먼저 에소스 지도 자체만을 놓고 보면 고대 그리스 시대 소(小) 아시아, 또는 아나톨리아로 불린 터키가 바로 떠오른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자기 나라 동쪽에 있는 터키 지역을 아시아라고 불렀는데, 점점 동쪽의 지역이 많이 발견되자 나중에 '소(小) 아시아'라고 칭하며 별도로 분리했다.
한 유력한 가설에 의하면 단어 '아시아'는 '동쪽'을 의미하는 아시리아어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그리고 '아나톨리아'는 그리스어로 '해가 솟는 땅'이라는 뜻으로, '태양이 떠오르는 동쪽의 땅'이란 의미가 연상된다.
지리적 생김새는 터키를 닮았지만 에소스에 자리 잡은 국가들을 보다 자세히 관찰하면 중동 이외에도 여러 문명 요소가 혼합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왕좌의 게임에 등장하는 에소스 지역은 크게 넷으로 나뉠 수 있다. 물론 자세히 들어가면 콰스나 붉은 황무지 등 더 많지만 너무 많아서 생략한다.
(좌측: 에소스 지역 / 우측: 역사적 모델 국가)
아홉 자유도시 / Nine Free Cities - 이탈리아 도시국가
발리리아 반도 / Valyrian Peninsula - 고대 로마제국
드래곤의 만(노예상인의 만) / Bay of Dragons(Slayer's Bay) - 고대 오리엔트 문명
도트락의 바다 / Dothraki Sea - 스키타이, 훈족 또는 몽골 등 유목민족
아홉 자유도시는 모두 고대 발리리아 왕국이 세운 식민지로 출발했으나 현재는 모두 주권을 가진 독립 도시국가다. 이 도시국가들은 해상 무역이 활발해 많은 부를 가졌고, 특색이 뚜렷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 군대가 필요할 때에는 침략자(주로 도트라키...)에게 돈을 바치거나 용병을 고용하는 등 임기응변 방식으로 대처한다.
마치 로마 제국의 유산을 물려받아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지만, 옆 동네 신성로마제국과 프랑스에 비해 영토가 작고 군사력이 약했던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 도시국가들과 닮았다.
그리고 자유도시 각각의 특징도 이탈리아 도시국가들과 매우 유사한데(브라보스 - 베네치아, 볼란티스 - 로마 교황령 등) 다음에 자세히 서술하겠다.
양치기 민족 발리리아인들은 어느 날 거대한 용들을 발견하고 그들을 길들이며 큰 힘을 얻는다. 용을 지닌 발리리아인들은 발리리아 반도를 빠르게 평정했으며, 당시 거대 패권국가였던 기스카리 제국도 5차례 전쟁 끝에 무너뜨렸다. 이후 발리리아인들은 에소스 서쪽으로 진출해 안달족과 로인족을 몰아내고 여러 식민도시를 건설했다.
고급 문학에 주로 쓰이며 귀족들이 배우고 싶어 하는 고대 발리리아어가 그들의 언어였고, 수도와 식민지 주요 거점들을 모두 잘 닦인 발리리아 도로로 연결했다. 마법과 석공술, 그리고 제련술이 발달했고, 특히 발리리아 강철검은 그 강도와 희소성으로 인해 매우 높은 가치를 지닌다.
농경과 목축업으로 먹고살던 로마인들은 규율이 강한 로마 군대로 이웃 국가들을 차례차례 정복하며 세력을 확장한다. 로마군은 마침내 이탈리아 반도 전체를 평정했고, 당시 지중해 패권국가였던 카르타고 제국을 3차 포에니 전쟁 끝에 함락했다. 이후 로마인들은 지중해 연안의 모든 지역으로 확장해 여러 국가들을 합병하고 식민지를 세웠다.
중세에 교양 있는 상류 계급이 구사했던 라틴어가 로마인의 언어였고,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이 생길 만큼 온 국토를 튼튼한 포장도로로 연결했다. 로마인이 남긴 유산은 도로, 수도관, 문학, 원형 경기장, 고대 로마법 등 매우 많다.
드래곤의 만에는 고대 기스카르 제국의 유산이 남아있는 미린-융카이-아스타포 세 도시가 있다. 도트라키들이 잡아들인 노예를 중개 매매하는 노예무역이 매우 활발하다. 스카이라인을 장식하는 거대한 하피상과 아찔한 높이의 대(大) 피라미드가 압도적이다. 여러 우상신들을 믿고 피라미드나 지구라트 등 압도할 정도로 큰 건축물들을 세웠던 고대 오리엔트 문명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대너리스는 노예제를 매우 혐오했는데, 그는 노예상인의 만을 점령하고 노예제도를 폐지한 이후 드래곤의 만으로 이름을 바꿨다.
에소스 대륙 중앙의 거대한 평원으로 대초원의 바다(Great Grass Sea)로도 불린다. 광활한 스텝 초원과 평원이 빚어낸 초록빛은 멀리서 볼 때 바닷빛과 비슷해 보인다고 해서 바다라는 별칭이 붙었다. 도트락의 바다는 역사적으로 여러 진보한 문명들의 요람이었다. 도트락인들의 유일한 도시는 바에스 도트락으로, 도트락의 바다 먼 북동쪽에 있다.
도트락인들은 그들이 믿는 신이 위대한 종마일 정도로 말을 매우 신성시 여기며 소중히 다룬다. 사람은 풀을 먹지 못하기 때문에 도트락인들은 마유나 말고기를 주식으로 삼는다. 그들의 우두머리는 칼(khal)이며, 가장 강한 전사가 칼로 받들어진다. 몽골의 칸(Khan) 개념과 유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