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할 자유

비교를 멈추면 얻는다

by Riley

최근 짧은 에세이를 읽다가 불현듯 떠오른 15년 전 소개팅 한 장면.


상대방은 등산을 좋아한다고 했다. 나도 등산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공통점을 찾은듯, 등산에 대해 오고간 아주 짧은 대화.

나: 전 지난달 한라산에 다녀왔어요. 혹시 한라산 가보셨어요?

상대방: 아뇨.

나: 전 작년에는 지리산 다녀왔어요. 혹시 지리산 가보셨어요?

상대방: 아뇨.

나: (농담하듯이)에이, 등산 좋아하시는 것 아니에요~~


이 대화 이후 상대방과 나는 매우 어색한 분위기 속에, 방금 테이블에 놓인 국물을 맛보기도 전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당시 등산에 대해 나눈 이 몇 마디 대화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순하 내 농담과 상대방의 유머 코드가 접점을 찾지 못했지. 쩌면 상대방이 너무 예민한 건 아닐까. 오래되어 희미해졌지만 그날 저녁은 내게 미스테리로 남아있었다. 다소 불편한 미스테리로.


"남과의 비교를 중단하면 자유로워진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도 쉽게 발견된다."


소노 아야코, <약간의 거리를 둔다>


이 두 문장이 그 미스테리를 풀어줬다. 내가 무언가 좋아한다는데, 그 좋아함의 정도까지 타인과 비교당하는 불쾌함. 그게 상대방이 느꼈 모욕감일 것이다. 나에게는 "농담"이었을, 그 비교하는 어투가 매우 무례하고 어치구니 없었을 것이다. 나는 이걸 저걸 해봤는데 너는 안해봤으니, 함부로 좋아한다고 하지 말라는 교만함이 깔려있었다. 좋아함에 한우 등급처럼 등급을 매기다니, 몰상식한 사고다. 내가 무언가 좋아한다는데 남의 눈치를 봐야하다니.


요즘 이름도 없는 나즈막한 동네 뒷산에 자주 오른다. 아름다운 대한민국에는 한라산, 지리산 등 정상에 올라 SNS에 자랑하고 싶은 유명산들이 넘치지만 나에게는 우리 동네 뒷산이 더 아름답고 자랑스럽다.


15년 전 미스테리를 풀어준 아야코씨에게 고마운 마음을 보낸다. 나의 교만함에 불쾌했을 소개팅 상대방에도 늦었지만 미안한 마음을 보낸다.


일상 속 미스테리는 널려있다. 나는 그런 미스테리를 풀어주는 스승들이 좋다. 아무도 신경쓰지 않을 나의 미스테리도, 나의 스승도, 그 무엇도 비교할 필요가 없다. 대놓고 내맘대로 좋아할 자유가 즐거움의 본질이다. 남의 눈치 안보고 이것 저것 마음껏 좋아하겠다. 그게 행복한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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