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고이 간직 고픈 마음
누구에게나 휴식이 필요하다. 나에게 맞는 휴식 방법은 오직 자신만이 알 수 있다. 휴식이 필요한 이유는 휴식을 할 때만이 내면을 가만히 보고 치유할 공간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사사로운 감정의 흙알갱이들이 차분히 가라앉고 맑은 물만 남으면 마음이 정화된다.
요즈음 나에게는 요가가 휴식이다. 그 누구에게도 잘 보일 필요가 없다. 그저 나의 마음과 몸에만 온전히 주의를 기울인다. 편한 옷을 입고 긴장을 풀면 그만이다. 잡생각이 떠오르지만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오늘 수련 시간 중에도 오만가지 생각이 왔다 갔는데, 어느 순간 강렬한 빛의 문장이 떠올랐고 그 뒤 깊은 공감이 충만하게 올라왔다.
"과정 그 자체로 소중하다."
살면서 수백 수천 번은 들었을 문장에 대한 온전한 공감은 낯설었다. 이 문장이 찾아온 경로는 최근 몇 년간 나에게 부담스러운 절차로 다가오는 일을 떠올리면 서다.
늦은 결혼, 투병, 그로 인한 출산 지연, 투병 이후 수차례의 시술과 2번의 유산. 고백건대, 이 모든 과정들이 거추장스럽게 느껴졌었다. 그 감정은 자기 연민이나 비난에서 비롯되지는 않는다. 창피하고 한심한 태도인걸 알면서도, 그런 부끄러운 순간이 있었다. 자기 위안, 다짐, 분노, 짜증, 엄청난 슬픔, 좌절, 간절함 등 수많은 감정이 올라오고 사라졌다. 결과적으로 유산이 될 걸 오랜 시간 공들이는 그 과정이 싫었다. 짧음 만남에 대한 고통과 슬픔이 컸다. 반복되는 긴 대기시간. 수십 번씩 찌르는 주삿바늘. 요동치는 호르몬. 이런저런 절차들. 허무했다.
그 절차를 할 수 있다는 상황 자체가 엄청나게 감사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랬다. 오만하고 간사하고 어리석기 때문이다. 늘 감사했지만 동시에 불만족했다. 그 사이사이 나도 모르게 지치고 힘들고 슬프고 부담스러웠던 게 사실이다.
오늘 이마에 흐르는 땀방울을 느끼면서, 이 모든 시간 역시 지금의 나를 만든 과정이고, 그 과정은 소중하고, 감사하다는 생각이 진심으로 올라온 거다. 태도의 온전한 변화는 예상하지 못할 때 찾아온다. 무겁고 강력하게.
의미 없는 하루가 어디 있겠는가. 인생은 배움의 과정이 아니겠는가. 세상은 모든 걸 원하는 즉시 주지 않는다. 주어지지 않으면 않는 대로, 주어지면 감사한 대로. 결과에 집착하지 않고 원하는 것을 위해 정성을 다하면 그건 탐심이 아니라는 말도 수백 번 듣고 고개를 끄덕였었다. 정작 코 앞의 나의 상황에 그 말을 대입할 생각을 못했다. 그게 더 놀랍다.
역시 진리는 단순하다. 그 단순함은 단단해서 즉각적으로 흡수되지 않지만 내 몸과 마음의 파동이 축적된 경험과 어우러져 일치하는 순간, 스며든다. 그 순간은 아무도 모르는 나만의 휴식 중 어느 순간 온다. 뻔ㅣ당연하지만 당연하지 않은 진리를 온마음으로 느꼈다. 이 소중한 느낌을 계속 간직하고 싶다.
어제도, 오늘도, 어느 시점에 일어났던 분노는 툴툴 털고, 진리의 고귀한 느낌은 고이고이 간직하기를. 휴식하는 걸 잊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