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지의 방>은 도대체 무슨 가게였을까? 내가 6살 즈음 되던 때였다. 엄마 손을 꼭잡고 시내에 갔다가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환승을 하기 위해 내렸는데, 정류장 옆에 신기한 상점이 하나 있었다. 전반적으로 회색과 검은색 톤으로 장식된 상점의 유리창 안에는 ‘거지의 방’이라는 문구가 적혀진 회색 헝겊이 디피되어 있었다. 호기심 많은 6살 나는 상점 앞에 서서, 유리창을 넘어 가게 안에 거지들이 정말 있다는 것인지 살펴보느라 온통 정신이 팔렸다. 그러는 사이 엄마는 언니와 동생만 데리고 버스를 타고 떠나버렸다. 한참 동안 ‘거지의 방’을 들여다보다 문뜩 정신을 차려보니 내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어둑해진 도시의 하늘이 나를 삼켜버릴 것만 같은 두려움이 밀려왔다. 나는 지체없이 울음을 터뜨렸다. 어디론가 빨리 엄마를 찾아 나설 생각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바로 그때, ‘거지의 방’ 옆에 있는 슈퍼마켓에서 어느 아주머니가 등장했다.
“꼬마야, 너희 엄마 어디 있니? 엄마 잃어버렸어?”
“네… 엄마랑 같이 여기서 버스 기다렸는데 엄마가 없어졌어요…”
아주머니는 슈퍼로 들어오라며, 엄마랑 같이 있던 정류장 근처를 절대 떠나지 말고 기다려야 한다고, 엄마가 나를 금방 찾으러 올 것이라고 안심시켜 주셨다. 쉴 새 없이 울다 보니, 엄마가 정말 나를 찾으러 오셨고, 나는 눈물을 닦으며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너무 어렸고 정신이 없었던 상황이라 그 슈퍼마켓 아주머니 얼굴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그 아주머니의 친절함이 가끔씩 생각난다. 만약 그 분의 따뜻한 조언이 아니었다면 나는 그 때 어떻게 됐을까? 만약 그 작은 꼬마가 검게 깊어 가는 밤에 아무 버스나 잡아타고 집에서 더 멀리멀리 떠나갔다면 지금의 내가 있을까? 그 분께 마음속 깊이깊이 감사하는 마음을 전한다.
살다 보면, 이렇게 나와 아무 상관도 없었던 사람들을 향해 깊은 감사함이 뭉클 솟아날 때가 있다. 영화관에서 상영이 끝나고 인파를 가로질러 급히 내려왔는데 황급히 누군가 쫓아와 내가 떨군 지갑을 주워 주는 사람, 헬스장 사물함에 실수로 두고 온 최애 운동화를 찾아주는 사람, 도서관 책상에 덩그러니 남겨진 손때 묻은 강의노트를 프론트에 가져다준 사람 등이 그런 사람들이다. 그런 상황들은 뜬금없이, 그리고 예상치 못하게 찾아오고, 그런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나는 생각한다.
‘아, 세상은 참 살만하구나.’
삶의 감동은 꼭 영화나 드라마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아침에 집 밖을 나서면서부터 귀가할 때까지, 거리를 청소하시는 분, 지하철을 운행하는 기사님들, 사무실에 우편을 전달해 주시는 분, 도로에 아스팔트를 깔고 계신 분, 식당의 뜨거운 불 앞에서 음식을 하고 계시는 분 등 이름도 모르는 수많은 분들과 매일을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이 전부 감사할 일이다. 이 모든 일들과 사람들을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할 때 우리는 엄한 곳에서 “행복”을 찾게 되고 세상은 무색의 지루하게 반복되는, 너무나도 뻔한 도돌이표 줄거리가 되고 만다.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고 곱씹어 살펴보면 감사한 것들 천지다. 어쩌면 신은 우리에게 <숨은 감사함 찾기>를 평생의 숙제로 주신 것 같다. 가끔씩 삶의 무료함을 느낀다면 구수한 아메리카노나 한잔 마시면서 감사함 찾기 놀이를 해보면 어떨까.
그나저나, 나는 아직도 궁금하다. 6살 꼬마 아이의 정신을 쏙 빼놓은 <거지의 방>은 무슨 가게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