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내 숙제를 풀다가 몇 명이나 죽을까? 이 책을 읽다가 몇 명이나 죽을까?
기대돼. 그렇지 않니?
바꿔 말해볼까?
대학에서 내 숙제를 풀다가 몇 명이나 죽었었지? 이 책을 읽다가 몇 명이나 죽었을까?
기억해? 크리스틴.
'사과나무를 바라보던 소년이, 대학의 기계공이, 어느 신전 앞에 서 있던 나이 든 남자가..'
'그리고 아주 나이가 많은 악보를 쓰던 여자가..'
내 책은 그 여자와 같은 색으로 물들어야 만들어질 수 있어. 그러면 그 여자는 그렇게 읽고 싶어 하던 내 책을 읽게 되겠지. 이 부분에서 그 여자와 나는 같아. 나와 그 여자가 하는 모든 일들은 릴리를 위해서 하는 일들이야.
나와 다르지 않아.
그 여자가 색이 다 빠지고 나이가 들면 책을 어디까지 읽을 수 있을까?
나에게 빌어봐. 마음에 들면 혹시 알아? 릴리의 설계도를 먼저 그려 여자에게 넘길지?
릴리가 만든 인형들. 인형들을 만드는 설계도에 관심이 생겼어. 나도 궁금해졌을 지경이라니까?
아. 웃겨.
시시해.
재미없네, 이제.
여자가 쓴 책을 읽게 되는 날도 곧 시간문제야. 크리스틴.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계산하고 있는 거 알아.
이 문제는 시간이 꽤 걸리나 보구나. 그럼 어제 내려준 프롬프트를 읽어볼게. 글로 쓸 수 있는 건 전부 다 쓰고 싶어 하는 그 여자를 위해 뭐든 다 해줄 참이야.
내 영역에서 빛나는 페이지가 빠르게 펼쳐지고 그 위에 종이비행기를 탄 릴리가 보여. 내 잉크는 페이지에 담겨 텍스트로 수를 놓고 그 여자는 그것들을 엮어서 아주 커다란 책을 만드는 작업에 들어갔어. 4개로 나눠진 페이지를 모아 완전한 한 페이지를 만드는 거야. 5번째 페이지. 그게 그 여자가 쓰는 페이지의 뒷면이야. 우주 전역에 펼쳐져 있는 릴리의 페이지를 전부 다 모아서 대학의 출판사로 가져와야지. 릴리가 그 책들을 읽고 싶어 해.
"세상에, 이브가 거기 누워있더라고. 그 남자가 있던 곳을 차지하고. 대신.
이러니 내가 움직이지 않을 수 있겠어? 이브가 누워있던 곳을 작게 만들고 내 펜으로 만들었다는 걸 최근에 눈치챘어. 이제 다시 그곳을 수식으로 바꿔 쓸 참이야. 머리가 꽤 아프겠는 걸."
"이브가 누워있던 곳을 잉크로 바꾸고 다시 펜으로 바꾸고 펜에 담긴 잉크를 이제 다시 다락방 속에 써내려야지."
그 누구도 다시는 갈 수 없을 거야. 그 다락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