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익숙함을 가르치는 곳인가, 생소함을 가르치는 곳인가.
교대 1학년 5월 무렵이었다. 과외 말고도 안정적인 수입원이 필요했다. 중학교 때부터 시작한 신문배달 덕분에 오토바이를 타는 게 익숙했고, 운전면허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배달 알바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수능을 마치고 분식집 배달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배달갔던 곳을 다시 돌면서 그릇을 찾아오는 일이었다. 그래서 군대 전역 후 다시 배달 알바를 할 때는 그릇을 찾아오지 않아도 되는 치킨집에서 배달을 했다. 분식집과 치킨집에서 일해봤으니 그동안 일해보지 않은 곳을 생각하다가 생활정보지에 실린 피자헛의 배달 알바 구인 공고를 보게 되었다. 기숙사와 학교 중간에 위치한 곳이어서 일일 동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곳이었다.
전화를 걸어 배달 알바를 하고 싶다고 했더니 면접을 보러 오란다. 가벼운 마음으로 면접을 보러 갔다. 점장님과 즐거운 분위기에서 면접을 봤고 면접 자리에서 바로 알바를 시작해도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렇게 피자헛에서는 4년 배달 알바가 시작되었다.
돌이켜보면 피자헛 알바 경험 없이 행정부 국가공무원으로 학교에 들어와 교사가 되었다면 나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반적인 교사가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어렸을 때부터 시작한 아르바이트 경험과 피자헛이라는 큰 기업에서 경험한 체계적인 시스템과 인사 운영 방식을 접하고 학교에 들어와보니 학교라는 조직에 근무하는 일반적인 '교직원'이 되는 게 쉽지 않았다. 난 예전에도 그랬고, 현재도 흔히 볼 수 있는 '교직원' 같지 않은 '교직원'이다.
'피자헛'과 '학교'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해 언젠가 자세히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 같고, 오늘은 '피자'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피자헛에서 새로운 메뉴가 나오면 전국적인 프로모션을 기획한다. 가장 흔한 프로모션은 각 지점별로 새로 나온 메뉴를 누가 더 많이 파는지 경쟁을 시킨 다음 우승하는 지점에게 상당한 금액의 인센티브가 내려온다.
나는 배달이 주 업무였기 때문에 홀에 나와서 서빙을 할 일이 별로 없었다. 아주 가끔씩 배달이 없을 때 홀 업무를 도와주기도 했었다. 어느 날 어떤 피자를 먹을지 고민하는 손님에게 새로 나온 메뉴를 권유하는 매니저님 옆에서 일련의 신메뉴 권유 과정과 주문 과정을 지켜본 적이 있다. 새로 나온 피자가 어떤 맛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새로 나온 메뉴를 권유하는 매니저님 옆에서 기존에 팔고 있던 리치콜드 피자가 더 맛있다고 손님들에게 얘기할 뻔하기도 했다. 그말이 입밖으로 나오기 전에 얼른 내 입을 손으로 막고 주방으로 들어와버렸다. 그리고 주문 접수를 마친 매니저님에게 기존 피자를 권하지, 왜 새로 나온 피자를 권했냐고 여쭤봤다.
"기존에 나온 피자가 맛있기는 하지만, 새로 나온 피자를 먹어보지 않으면 기존 피자가 더 맛있다는 생각을 할 수가 없어. 새로운 피자를 경험하는 건 손님들에게도 경험의 기회를 다양하게 제공해주기 때문에 손님들한테도 좋은 거야."
우리 지점이 인센티브 더 많이 받으려고 그렇게 신메뉴를 권유한 걸 뻔히 아는데 손님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으로 당시 상황을 포장하는 매니점님에게 살짝 실망했었다. 그런데 그 때 그 상황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고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 있는 건 장차 교사가 될 나에게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닥칠 것이란 걸 예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전교생이 30명도 되지 않는 학교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롯데월드로 체험학습을 갔다. 점심 메뉴는 롯데월드 안에 있는 한 식당에서 파는 돈가스였다. 나는 음식을 가리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그 때 먹었던 돈가스가 정말 맛있는 돈가스였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는 없었지만 최소한 중간 이상을 가는 돈가스였다. 그런데 재학생 중에서 그 돈가스를 다 먹은 학생은 한두 명 뿐이었다. 대부분의 학생이 돈가스를 반절 이상 남겼다. 왜 남겼냐고 물으니 맛이 없단다. 우리반 아이는 밥에, 된장국에, 김치가 먹고 싶다고 했다.
아이들은 마을별로 떨어져서 살았다. 왜 방학을 하는지 교사에게 따지는 아이들이었다. 마을별로 떨어져서 생활하기 때문에 학교 가는 날이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날이었다. 그런데 방학을 하고 학교가 쉬니 아이들은 친구들을 만날 수 없는 방학을 무척 싫어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하루 종일 집에서 TV를 보는 게 일상이었다. 외진 곳이어서 외식을 하려면 자동차를 타고 20분 정도 읍내로 나와야했다. 때문에 외식도 자주 할 수 없는 아이들이었다. 그런 아이들에게 서울 사람들이 자주 사 먹는 돈가스를 사줬는데 대부분 돈가스를 남기고 만날 먹는 밥과 된장국과 김치를 찾으니 답답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