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17일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피곤한 주말입니다. 아르바이트가 다 그렇겠지만, 머리보다는 몸을 많이 써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알바가 끝나고 오면 졸음이 조금씩 찾아옵니다. 이럴 때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옆에 두고 잠을 미루게 되죠. 낮에 자면, 밤에 잠을 자지 못하니까요.
제 소개에 '백수'라는 직업을 쓸 수 없어서 프리랜서를 직업으로 내걸고 있다는 점을 보시면 아시지만, 저는 그래도 취업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경력이 애매해 공개경쟁채용이나 중소기업을 위주로 보고 있는데, 몇몇 회사에서 사전에 제출을 요하는 서류로 '최종학력 졸업증명서'를 기재해두고 있습니다. 사실 공기업을 위주로 지원하면 학력이나 경력을 전혀 보지 않는 공개 채용 특성상 졸업증명서는 입사 전에 구비하거나 아예 필요하지 않게 되는데, 마음을 바꿔서 사기업 쪽도 바라보다 보니 아무래도 졸업증명서를 쓸 곳이 많아지더군요.
졸업한 학교가 서울에 있다보니 직접 가는 건 말이 안되고, 인터넷으로 뽑는 것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졸업한 학교 포탈에 들어가 졸업증명서 발급을 신청합니다. 옛날에는 연결된 프린터로의 출력만 가능(가상 프린터를 통한 PDF 제조는 불가능)했는데, 최근에 들어가보니 아예 전자문서로 발급이 가능하더라고요. PDF 파일로 만들어서 주기 때문에 프린터로 뽑은 걸 다시 스캔해서 파일로 만드는 귀찮음도 사라지고, 한번 만들어 두면 두고두고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쉽사리 '신청' 버튼에 손이 가지 않았습니다. 원인은 수수료였습니다. 프린트로 뽑는 경우는 2천원인데 — 사실 이것도 되게 비싸다고 생각하지만 — PDF 파일로 직접 받는 건 4천원이라고 하더군요. 뭐, 위변조 확인 어쩌고 저쩌고 써 있긴 한데, 그걸 생각해도 너무 비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냥 2천원짜리로 뽑아서 스캔하는게 더 싸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했지만, 집에 있는 프린터가 흑백 프린터에 그마저도 제대로 뽑히는 경우기 없다는 점을 생각하곤 4천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파일을 받았습니다. 그리곤 알았습니다. 위변조 확인은 발급일로부터 180일만 가능하다고요.
4천원. 매 학기 수천만원의 돈을 들여 낸 등록금과 4년이 넘는 시간을 들여서 만들어낸 내 학사학위를 증명하기 위해 또 4천원의 돈을 들여야 한다는 점이 좀 슬프긴 합니다. 요즘에는 등본도 사람이 직접 떼주는 게 아니면(무인발급기 이용을 해도) 무료로 발급이 가능한 세상이니 더 그렇게 생각이 드네요. 비용 내역을 보면 발급비용은 천원 안팎인데 수수료가 3천원이라고 써 있는데, 학교로 직접 가서 뽑는게 아니라는 이유로 수수료를 너무 많이 낸다는 생각이 드는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뭐, 그런가 보다 하고 넘기는거 외에는 아무런 방법이 없겠죠.
그래서 마음을 다르게 먹어보기로 합니다. 4천원으로 제 노력의 결실을 보여줄 수 있다면 아깝지 않다고요. 들인 돈과 시간에 비하면 4천원이라는 돈은 제 오른쪽 뺨에 난 뾰루지와 다를바 없고, 학교까지 직접 갔다오려면 교통비 5천원과 4시간의 시간을 들여야 하니 집 근처에서 바로 만날 수 있는 동사무소에 비하면 이 정도 수고는 감안해야 한다고 생각을 해봅니다. 더 생각해 본다면, 4천원이라는 돈을 들이지 않았다면 제 학력을 공식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은 집 구석 어딘가 처박혀있을 졸업장을 꺼내서 보여주는 것일테니 그 귀찮음에 비하면 이 정도 비용은 지불할만한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이 모든게 내가 서울에서 대학교를 나와서는 서울에서 살지 않아서 벌어진 일일 수도 있습니다. 서울에 살았다면, 아니 지하철 1시간 거리 안에만 살았어도 수수료 무는 것보다 학교 한 번 갔다오는게 더 싸다는 생각으로 갔을테니까요. 가끔 어머니와 TV를 보다보면 어머니께서 하시는 말이 '서울보다 여기가 물가가 더 비싼 것 같다'인데, 이럴 때는 어머니의 말씀이 피부로 느껴집니다. 뭐, 서울은 그만큼 부동산이 비싸니까 '그 비용을 먼저 낸 것'이라고 생각해야할까요?
이제 글을 그만 쓰고 미용실을 가야겠습니다. 한동안은 동네에 있는 미용실을 다녔는데, 한 달 인테리어 공사를 하더니 제 담당 디자이너분이 소리소문없이 사라지더라고요. 결국 다른 지역의 괜찮은 미용실을 찾았죠. 2만원이 있어야 한 달 동안 제 모습을 말끔하게 유지할 수 있으니, 4천원으로 6개월의 온라인 학력 인증이 마냥 비싼게 아니었다고 다시 한번 생각해봅니다.
리르리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