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금지'를 수요하다

2024년 3월 어느 날, 그리고 28일 오후 비 내리는 창문을 등지고

by 리르리안

어제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하고 까먹은 채로 오늘이 되어버렸네요. 밖에 비가 내리는 걸로 보면 아마 글쓰기와 비는 관계가 있나 봅니다.




오늘은 며칠 전에 본 뉴스 기사를 가지고 이야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바로 대화 금지 카페, 침묵하는 술집 등 가게 내에서 말을 하지 않는 가게가 생겨나고 있다는 소식이었는데요. 주문도 인스타 DM이나 카카오톡으로 받고, 사장님과 손님 그 누구도 말을 하지 않는 것이 규칙이라고 합니다. 거기에 더해 소음을 최대한 방지하기 위해 핸드폰도 무음으로 바꾸고, 키보드 타자 소리도 나지 않게 키스킨을 권장하며, 사진 찍을 때 나는 셔터음도 최대한 자제해 달라는 말까지 하고 있더군요. 가게 안에서 나는 소리는 사장님이 매장 분위기를 위해 틀어둔 음악뿐이었습니다.


이상합니다. 'MBTI 술집'이라는 콘셉트로 만든 유튜브 동영상 하나가 생각났습니다. I 성향 테이블이라며 들어간 곳에 있던, 아무 말 없이 스마트폰을 하며 술을 홀짝이는 모습. 그 모습이 현실세계에 나타났습니다. 최근에 동네에 '혼술, 혼밥 환영'이라고 붙여놓은 술집 하나를 봤지만, 여기는 그런 곳은 아니고 단체 손님도 2차 술자리를 하러 오는 흔한 술집이었는데, 이제는 이걸 더 뛰어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모순적이죠. 혼자 술 마시고 싶은데 굳이 다른 사람들도 많은 술집에서 먹어야 할까? 뭐, '군중 속의 고독'이라는 말처럼 혼자 술 마시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라는 걸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은 심리인 것일까? 그냥 소위 '아싸 코스프레'를 하기 위한 인싸들의 또 하나의 유희인 것일까? 여러 가지 생각이 듭니다. 그냥 이해하지 않고 넘기면 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저는 한번 궁금하면 제 스스로 답을 내리기 전까지는 이 생각을 벗어날 수 없는 사람이라는 걸 스스로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생각을, 그리고 또 생각을 이어 "내가 저기에 간다면 왜 가게 될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최근에 봤던, 그리고 가 몇몇 이색 가게들을 떠올려봅니다. 스타필드에서 봤던 LP 카페나, 역시 뉴스에서 봤던 입구에서 전자기기를 압수하는 카페, 테이블마다 작은 어묵 조리기가 있어 어묵을 먹기 편했던 술집, 테이블 키오스크와 서빙하는 로봇으로 종업원을 만날 일이 없었던 국밥집. 새로운 취미를 즐기기 위해서 가거나 온전히 자신에 집중하기 위한 곳, 아니면 그냥 비용 절감의 결과물일 수도 있겠네요.


위의 가게들의 공통점을 생각해 본다면, 온전히 하나의 콘텐츠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 있을 것 같습니다. 스마트폰과 전자기기를 못 쓰게 하면 조금 더 커피 맛에 집중할 수도 있고, 아니면 가게의 분위기를 즐길 수도 있겠죠. 키오스크와 로봇은 사람을 만날 일 없이 혼자 편하게 밥을 먹을 수도 있겠네요. 어묵 조리기가 있는 그곳도, 사장님이 어묵을 가져다주실 때를 뺀다면 어묵바와 달리 '우리끼리의 대화'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대화 금지 카페나 침묵하는 술집도 커피, 술의 향과 안주의 맛을 온전히 느끼기 위해서, 아니면 '나'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공간으로 선택을 한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제가 만약에 저런 곳에 간다면, 단순히 침묵을 즐기기 위해서 가는 것만은 아닐 것입니다.


그래도 아직까지 풀리지 않는 의문은 있습니다. 굳이 왜 '가게 안'에서 그 콘텐츠를 즐겨야 하는 것일까요? '집'이라는 공간이 있음에도 사람들이 자주 드나드는 그곳에서 혼자만의 콘텐츠를 즐길 이유가 있는 것일까요? 그냥 밖에서 먹는 것이 치우기도 하지 않고 편해서일까요? 아니면 20~30대 사회초년생들에게 인기가 많은 공간인만큼, 아직 온전히 자기 집을 영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온전히 쉴 수 있는 자취방과 밥을 먹는 공간을 분리하고 싶어서일까요?


생각을 정리해 봅니다. 너무 어렵게 생각한 것 같아 단순하게 생각해 보기로 했습니다. 가게에서 먹는 것이 편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시끄러운 곳은 싫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생긴 가게,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필요한 고독의 시간을 온전히 받으면서도 사회로부터 유리되지 않은 상태를 인지할 수 있는 공간. 단순하게 생각해도 복잡해지는 이곳. 그럼에도 한 번쯤은 가보고 싶어지는 카페와 술집. '사람들이 왜 가는지'는 설명하기 힘들어도 '저런 가게가 생겨나는 이유'는 알 수 있을 것 같네요. 어떤 이유에서건 저런 공간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대화 금지'를 수요하는 사람이 있다면 공급하는 사람이 생기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현상일 것입니다.




어머니가 산책을 갔다 오시며 한 마디 던지십니다.

"비가 오는겨, 마는겨..."

저도 운동 겸 산책을 나가야 하기에 고민이 됩니다. 애매한 빗방울을 작은 우산으로 막아야 할지, 아니면 손의 가벼움을 위해 비를 살짝 막아줄 수 있는 바람막이를 입어야 할지. 글을 다 쓰고 잠시 창문을 보며 고민해야겠습니다.


리르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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