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 7일 한 낮, 수원의 어느 카페에서
오랜만에 글을 써 봅니다. 팟캐스트도 이번주는 쉬어가는 중이니, 저번주부터 지금까지 글을 쓰지 않았습니다. 아마 이번 주말, 그러니까 설날에는 다음 주 팟캐스트를 위한 대본을 써야겠죠. 지금 이 글도 팟캐스트에 들어갈 글이 될 수도 있습니다(주: 결국 팟캐스트를 관둘 때까지 들어가지 않았네요).
제가 글을 안 쓰는 이유는 많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게임이 재미있을 수도 있고, 그냥 귀찮은 것일 수도 있고, 팟캐스트 준비만으로 너무 많은 글을 썼다고 생각해서일 수도 있습니다. 이번에 안 쓰게 된 이유는 사실 제가 많이 겪어온 이유이기도 합니다. 제 감정의 기복이 너무 심했기 때문입니다.
부모님께도 숨겨왔고, 친구들도 몇 명만 아는 제 감정의 기복을 가장 잘 아는 건 바로 저입니다. 네, 저는 감정의 기복이 아주 심합니다. 어떤 날은 사람들이 뭔 말을 해도 허허실실 웃어넘기곤 하지만, 어떤 날은 진짜 아무 말 아닌데 꼬투리 잡아가며 두 번, 세 번 되뇌며 요즘 말로 ‘뇌절'을 하곤 합니다. 하지만 저를 비교적 최근에 — 한 5년 내지 10년 내에 — 알게 된 사람들이라면, 제가 감정기복이 심하다는 말에 의문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사실 제 부모님도 제가 이 말을 한다면 잘 이해하지 못하실지도 모르겠네요. 왜냐면 저는 이걸 적어도 30살까지는 숨기며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더 자세히 말하면, 저는 스스로가 느끼지 못하도록 감정을 숨기며 살아왔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아무리 화가 나는 상황에도 웃어넘기고 남들에게는 그저 착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었던 것이 컸었기에, 감정을 숨기는 걸 당연하게 여겼던 것이죠. 물론, 20대가 되기 전의 저는 제가 이렇게 감정의 파도를 탈 줄 아는 사람이었다는 걸 몰랐을 겁니다. 흔히 말하는 '순둥이’ 같은 사람이었으니까요.
다들 그런 건 아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 번의 인생 안에 적어도 한 번은 반드시 변곡점이 찾아옵니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많은 것들이 변화합니다. 만약 제게 그런 큰 변곡점이 있다면, 그중 하나는 바로 군대일 것입니다. 갓 대학생이 되었던, 고등학생의 티를 벗지 못했던 20살의 본인은 그저 남의 말에 잘 따르고, 불만이 있어도 잘 인내하고 사는 게 좋은 거라고 생각하며 살아왔었는데, 군대라는 집단 속에서 그 생각을 바꾸게 됩니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열악한 환경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이등병의 고뇌와, 한 달 차이 다른 소대 선임에게 애들 관리 잘하라는 소리를 들었던 진급 누락 상병 9호봉 분대장의 분노가 전역날 540도 변한 사람으로 사회로 나온 예비군을 만든 것입니다.
아무튼, 글쓰기 이야기로 돌아와서, 이번주 주말, 설날에는 글을 써야 합니다. 팟캐스트 녹음을 위해서죠. 사실 글을 쓴다기보다는 ‘정리한다'가 맞지만, 아무튼 글을 다듬는 것도 쓰는 거니까 그게 그거일 것입니다. 이유 없는 감정의 파도 속에서 며칠 동안 생각해 보니, 두 가지 결론이 나오더군요.
“돈 버는 일도 아니니 그냥 즐겁게 하자. 하기 싫으면 안 하면 되잖아?”
“일주일에 두 번은 글을 꼭 쓰자"
첫째는 당연한 말이니 그러려니 하면 되는데, 두 번째 결론은 왜 나왔을까요. 그것은 글쓰기라는 행위로 제 감정을 보여줄 수도 있고, 아니면 또 다른 감정을 추스르는 수단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앞으로는 주제를 정해서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고, 이렇게 쓴 글을 팟캐스트에도 실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고,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지만, 결과적으로는 내 글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이 글을 공개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제 글을 읽고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해지는 하루입니다. 그럼 이만 줄이도록 하죠.
리르리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