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6일 저녁, 혼란 속에서
이 글이 발행되었다는 것은 브런치 작가 신청을 통과하기 전까지 서랍에 잠자고 있던 여러 글 중 그래도 남들에게 공개할만한 것들을 모두 올린 뒤일 것입니다. 그동안 묵혀두었던 글을 모두 올리느라 매일같이 글을 쓴 느낌처럼 살았는데, 아마 이게 올라가면 글 주기가 조금을 뜸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든 브런치 작가님들, 그리고 브런치 작가를 생각하는 많은 분들이 그랬을 것이지만, 저 역시 인터넷 검색창에 '브런치 작가 신청 후기'를 검색해 봤습니다. 그리고 나오는 글들을 쭉 읽어보았습니다. 한 번에 통과하는 팁이라든지, 4전 5기 만에 통과한 방법이라든지, 심지어는 이걸 주제로 브런치 연재를 하시는 분들도 있고, 많은 예비 작가님들이 그것에 도움을 받아 작가 신청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성공의 기쁨을 느끼며 앞으로의 작가 생활을 꿈꾸고, 어떤 분들은 실패의 아쉬움을 가지고 자신의 글에 대한 피드백을 하죠.
저는 그런 글을 읽으며 지레 겁을 먹었던 사람 중에 한 명이었습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쭉 글쓰기를 — 사실 이게 진짜 글쓰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 해오면서 글쓰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있는 상태에서 그런 글들을 읽으니,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만만하게 보면은 안 되겠구나'였습니다. 그래서 두 달 전, 글쓰기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그때부터 브런치에 글을 쓰며 저장을 해두었지만, 서랍에 6개의 글이 찰 때까지 작가 신청을 하지 못한 것입니다. 물론, '남들이 볼 수 있는 개인 공간'에 같은 글을 써서 공개하기는 했지만, 제 글을 읽으러 오는 사람도 없고, 글 쓰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도 아니기에 사살상 비공개와 다름없는 상태였죠. 지금은 그 공개해 두었던 글을 모두 날려버린 상태입니다(물론 그동안 브런치로 발행된 글과 같고, 그래서 옮겨놓았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작가 신청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엊그제 불현듯 찾아왔습니다. 저는 기분 전환 겸 수원역을 자주 가는데, 그날은 마침 수원역 AK백화점이 쉬는 날이었습니다. 다행히도 영화관 옆의 스무디킹은 열려 있었고,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사고는 창가 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꺼냈습니다. 평소에 그곳은 사람들이 많이 드나드는 곳이어서 글을 쓰거나 뭔가 집중하기에 적절한 곳은 아니지만 그날은 사람이 없어서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그곳에서 창문을 바라보면 수원역 앞 차도와 버스정류장, 그리고 역전시장과 로데오거리가 한눈에 들어오기에 의외로 창 밖을 바라보며 소위 멍 때리기 좋은 곳인데, 사람이 많으면 분위기가 깨져서 오래 앉아있을 수가 없습니다. 오늘은 사람이 많지 않으니 앉아있기 좋은 기회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해 질 무렵, 붉은빛을 받아 노랗게 빛나는 풍경, 그리고 빛나는 백화점 조명이 무색하게 텅 빈 카페, 이따금씩 사람들이 지나갈 뿐인 이곳에서 노트북을 펴고 글을 쓰려던 저는 워드프로세서의 빈 화면에 비친 제 얼굴을 보고는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근데, 이렇게 써도 남들한테 보여주지 못하면 아무 소용없는 거 아니야?'
그리곤 브런치에 들어와서 제가 쓴 글을 다시 읽어보기 시작했습니다. 분명 문제가 없지는 않지만 그래도 나름 읽을만한 글인 것 같은데 내가 너무 나를 과소평가하는 것일까? 궁금증이라는 것은 항상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데, 오늘의 의문 역시 마찬가지로 끝없는 고민의 늪으로 저를 끌고 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기를 수십 분, 오늘의 고민이 도착한 결론점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그럼 작가 신청을 해서 글을 보여주면 되는 것 아닌가?'
제가 생각하는 저의 장점은 일단 시도하자는 생각이 들면 무조건 부딪혀본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고민의 결과가 시도하자고 나왔으니 당연히 신청을 하기로 했죠. 그 자리에서 신청하기를 누르고, 자기소개를 쓰고, 글의 주제를 쓰고, 브런치에 저장된 글 중에 괜찮은 글을 — 그동안 발행된 글 중 몇 개가 여기 들어갔습니다 — 선정해서 그대로 신청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오늘, 엄마와 같이 장을 보러 가는데 메일이 하나 왔습니다.
[브런치스토리]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의구심이었습니다. 내가 잘못 읽은 것일 수도 있고, 작가 선정에 관한 정책이 바뀐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집에 와서 메일을 열어보고 나서야 진짜로 된 것이라고 느꼈고, 그렇게 되니 놀라움과 고마움이라는 감정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제가 써온 수많은 글들이 허투루 쓴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랴부랴 서랍에 들어가서 가장 처음 쓴 글을 다시 읽어보고, 허전한 타이틀에 사진 하나 넣고 발행을 하니 그제야 실감이 나기 시작합니다.
사실, 아직 뭐가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이왕 이렇게 된 거 노는 시간에 한 글자라도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앞으로도 두서없이 쓸 글들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읽고 좋아할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제가 생각한, '친구와 술 마시며 나눌법한 쓸데없는 이야기'는 제가 죽기 전까지는 계속 쓸 수 있을테니 시간이 나는 대로 좀 써봐야되겠네요.
그럼 오늘은 여기서 글을 줄이겠습니다.
리르리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