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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랴 Nov 19. 2023

소재가 고갈될까 봐 무서웠던 나는




소재가 고갈될까 봐 무서웠던 나는 좋은 소재가 생각날 때마다 바로바로 써보고 소비하기로 했다.


아무리 좋은 소재가 생각나도 그걸 그 이상으로 표현해 내지 못할까 봐 두려웠던 나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내 역량 내에서 내가 써봤을 때 즐길 수 있는 선 안에서 쓰기로 했다.


지금 내게 나타난 소재를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건 지금의 나뿐이다. 시간이 지나면 소재도 나와 같이 낡는다. 소모된다. 새로운 생각이 낡아서 점점 식상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수순이라서.


지금 나한테 나타났다는 건 지금의 내게 맡겨졌다는 뜻이다. 지금의 내가 가장 잘 살릴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틀리거나 달라질 수 있는 생각이지만 틀렸어도 가치있게 느껴지는 생각들이 있고 그걸 기반으로 발전되는 개념들이 있다.


그 기반이나 기틀은 굉장히 사소하고 볼품없어 보이거나 겨벼울 수 있지만 그게 있어야 점점 쌓아갈 수 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화장을 처음에 바를 때 처음부터 무겁게 들어가지 않는다. 그렇게 했을 때 부자연스러워지니까. 처음에는 얇고 가볍게 펴 바른 후 필요한 부분에 더욱 가볍게 쌓아간다. 화장이 너무 두꺼워 보이지는 않지만 피부의 흉터 자국은 조금 가려지거나 자연스럽고 보기 좋게 드러낼 수 있을 정도로만.



하지만 그것도 처음부터 두껍게 발라보고 화장도 떡져봐야 왜 이렇게 하면 부자연스러운지 피부로 와닿는 감이 있다. 머리로만 아는 것보다 망쳐보는 것도 생각보다 괜찮은 이유기도 했다.


그럴 때가 다른 누군가의 실패 경험을 들어서가 아닌 자신만의 데이터가 생기는 순간이었다.


지금 생각나는 이 좋은 소재를 내가 잘 쓰기도 하고 보통으로 써보기도 하고 망쳐보기도 해야 이다음에 쓰게 될 비슷한 내용을 더 심화시키거나 깊어진 이야기를 쓸 수 있게 된다. 실패가 성공의 어머니라는 이야기와 성공이 실패에서 나온다는 이야기는 그 데이터들이 모여서 ‘성공’이라고 이름 붙여도 될만한 일로 재창조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 소재를 잊기 전에 써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 결과물이 못났든지 잘났든지 그건 생각보다 상관이 없다. 보이는 형태로 만들어서 미래의 내가 볼 수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했지. 후에 내가 이걸 볼 수 있느냐 아니면 기억 속에만 저장되어 있다가 그냥 사라져버리느냐가 중요했다. 전자는 더 업그레이드가 되거나 뭔가 감상이라도 남길 수 있는 거고 후자는 그냥 아무것도 없다. 그냥 다 사라져버리는 엔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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