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릴랴 Nov 13. 2023

다 주운 사람 거야

우연히 다글로 앱과 관련 영상을 보게 되었다. 받아쓰기를 우습게 보지 말라는 이야기를 우스갯소리처럼 장난스럽게 말씀하셨지만 정말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상을 보고 받아쓰기를 나 대신해 주고 내가 놓친 것도 잡아주고 요약까지 대신해 준다면 놓친 걸 복기하기 위해 같은 영상을 여러 번 보다가 질려버려서 집어치우거나 정신이 소모될 일이 줄어들었고 오직 영상에만 집중해서 볼 수 있고 다음 영상으로 넘어가는데 부담을 느끼는 일도 줄어들었다.



받아쓰기에 관한 건 사람에 따라 너무 우습고 쉽고 별 거 아닌 일이기 때문에 이게 돈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것 같다. 그렇지만 이건 분명히 알지 못했던 사소한 불편함을 해결해 주는 일이었고 이용하는 방법에 따른 다양한 이점이 있었다.


간단한 한 문장을 핸드폰으로 쓸 때 15초에서 20초 걸리는 게 다글로 앱을 통한 녹음 후 받아쓰기 기능으로 한 4초 정도 걸린다고 했다. 그리고 당연한 말이지만 손으로 필기할 경우에는 그보다 시간이 더 걸린다.


우리는 쉽고 사소한 일과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당연하게 여기고 하찮게 생각하고 넘기기 쉬웠다.



그 손쉬운 가볍게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넘겨버리는 게 아니라 발견할 수 있어야 하고 잘 활용할 수 있어야 했다.


물론 땅에 보석이 떨어져 있다면 누구나 주울 수 있을 거고 누구나 다 줍고 싶을 거다. 주운 사람이 주인이라면 더더욱. 하지만 조건부가 붙는 거다. 가공하기 전에는 돌과 비슷해 보이는 저주를 받은 보석인 거였다. 너무 값지고 귀한 가치를 가졌기 때문에 부르는 게 값이지만 가공하기 전에는 돌과 비슷하게 보인다. 귀한 건 우리가 늘 다니던 길에서 돌멩이와 같이 흙밭에 같이 구르고 있다. 우리의 눈에는 돌멩이와 다름없는 모습으로.



항상 보던 거라 귀한 걸 느끼지 못해도 어느 날 우리가 보는 눈이 생기고 가공하기 전 단계의 미묘하게 다른 무언가를 알아차리기만 한다면 다른 불순물들 사이에서 걸러내는 게 가능해진다.



나는 그게 우리가 늘 별다를 것 없이 평상시에 하는 보통의 일상과 우리가 일상적으로 늘 보던 것 그리고 자신이 현재 멀쩡히 살아있다는 것과 가족들과 댓글과 일기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멋대로 생각해 버려서 가능성과 가치를 보지 못하고 우습게 여기기 쉬운 것들.



가족과 내 삶과 일상은 언젠가는 사라져 버릴 것들이다. 당연하게 생각할 수 있을 만큼 내게 과분하게 베풀어져 있는 축복 같은 것들이며 지나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들이었다. 그러니까 만끽하라. 그것들 전부가 내게 주어진 기회들이었으니 감사해야 할 것이다. 아무리 소중히 대해도 후회 없이 시간을 쓰려해도 후회는 남았다. 하지만 최선을 다하지 않고 소중히 여기지 않았다면 나는 얼마나 후회하게 되겠나? 끝에 가서는 내가 가진 모든 걸 놔줄 수밖에 없으며 잃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바뀌지 않는다는 걸 기억하자.



그리고 일기도 댓글도 좋은 소잿거리다. 우리가 항상 쓰는 일기와 불특정다수와 나누는 댓글을 통한 소통은 생각의 정리와 서로의 감정과 나와 다른 사람의 새로운 지식의 연결 과정이다. 그것들에도 숨은 보석이 굉장히 많이 숨겨져 있다. 내가 잊고 있다가 기억난 일화나 지식도 있을 거고 그냥 별다를 것 없는 일상의 기록일 뿐인 일기였는데 시간이 지나서 보면 좋은 소잿거리라서 말을 더 보태 적으면 좋은 글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는 보잘것없는 대화고 기분만 좋고 만다든지 일기 같은 건 누구나 다 적을 수 있으니 가치가 없다고 은연중에 생각해버리지 않았나.


그건 굉장히 무의식적인 흐름이었을 거고 내가 오래전부터 학습된 어떤 관점이거나 선입견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사소한 것도 긍정적으로 바라봐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처음부터 흐린 눈을 하고 가거나 내가 가진 건 쓸모없고 어두운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보석을 알아보지 못하고 지나치게 될 거였다. 돌멩이와는 미세하게 뭔가 다른 사인을 보내고 있는데도 눈치채지 못할 거다.


기왕이면 설령 알고 있는 물체여도 마치 과학자처럼 이게 뭐지? 이게 뭐지? 이건 그거네. 그런데 내가 알던 그거와 정말 똑같은 걸까? 한 번 알아볼까? 재미있을 것 같은데. 내가 아는 것과 같을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잖아? 그래서 이게 뭘까? 눈을 반짝반짝 빛내보면 그 과정이 조금 즐겁지 않을까 했다.


잘 생각해 보면 볼품없는 쓰레기나 돌멩이라 짐작하고 못 본 척 걸음을 재촉하는 사람이 있으면 설령 돌맹이더라도 이쁜 돌멩이를 골라서 소중히 담고 주워가는 사람이 있다. 보석이 아닌 돌맹이어도 멋있게 재가공해서 돈 받고 파는 사람들이 있다. 하고 싶은 말은 하나다.


길바닥에 널린 돌멩이는 주워가는 사람 거다. 그리고 그건 보석일 수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뭔가가 끝이 나니 가벼워졌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