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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단절이다

by 릴랴

관계를 단절하기로 마음먹었다. 오랜 시간 고민하면서도 끝내지 않고 붙잡고 있었던 거였다. 그가 나쁘다든지 고치길 바란다든지 그런 말 같은 건 하고 싶지도 않고 생각나지도 않는다. 솔직히 말하면 그런 말 같은 건 하고 싶지도 않아. 그렇다고 너무 싫은가 묻는다면 아니었다. 꽤 오랜 시간 좋았고 그래서 힘들어도 계속 붙들고 있었다. 다만 너는 나를 친구라고 생각하기는 하는가 하는 물음을 받았고 상처를 받았다는 말에 처음에는 그와 내가 생각하는 친구의 의미가 다른 거라고 생각했지만 계속 물음이 가시질 않았다. 그리고 점점 마음은 가라앉고 냉정하게 생각을 해보게 된 것이다.


그리고 데면데면하게 그저 그런 친구로 남거나 사이가 멀어지길 원한다고 톡을 보내니 별 거 아닌 일에 너무 신경 쓰지 말고 응원하겠다는 말과 함께 다음에 톡을 하자는 말에 너와 내가 이렇게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나한테는 너무 예민해지고 힘들고 중요한 일이 너한테는 별 거 아닌 일이라는 생각. 네가 신경 쓰는 것과 내가 신경 쓰는 게 너무 판이하게 달라서 서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생각, 네가 나한테 상처 줄 의도가 전혀 없었다는 걸 알만큼의 함께한 시간과 아는데도 괴롭고 힘이 들었고 그게 쭉 그랬다. 너를 대하는 게 나는 힘이 들었다. 네가 생각하는 친구와 내가 생각하는 친구의 의미조차 판이하게 달랐다.


그리고 다음에 톡을 하자는 말에 든 생각은 이제 톡도 하고 싶지 않고 말도 하고 싶지 않고 얼굴도 보고 싶지 않아. 그건 사실 지금 갑자기 생겨난 감정이 아니고 지금까지 계속 그래왔던 거구나. 나는 널 친구로 생각하지 않는구나. 처음에는 언젠가는 그렇지 않았던 적도 있었겠지. 좋았던 시기도 분명 있었다. 그렇다고 이제와 네가 막 싫은 것도 아니야. 잘 지내고 잘 있었으면 좋겠어. 단지 이제 내가 널 친구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아버렸으니 더 이상 관계가 지속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결심이 들어서 그동안 고마웠고 미안했다. 네가 그렇게까지 싫은 건 아니었지만 그래서 고민했던 시간이 길었고 애써 그 생각을 무시했던 기간도 길었는데 내가 너무 힘이 들었다. 이제는 도저히 견딜 수 없을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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