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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랴 Sep 27. 2024

내 무너진 세상을 허망하게 바라봤다

우울이 재능이라고 부러워하는 사람이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동시에 들었던 생각은 그렇게도 생각할 수 있었던 거였구나.


서러움과 괴로움이 물밀듯이 몰려왔다.


생각지도 못하게 이제까지 좋게 전환할 수 없었던 단어들을 뒤바꿔주는 일이 벌어지고는 했다.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느낌으로 안에 있던 고정적이었던 관념들이 하나씩 무너져갔다.


내 의지나 의도나 힘이 아닌 자연재해 같은 외부의 영향으로.


속절없이 무너지는 기분으로 허망하게 바라본다. 벽이 무너졌으니 기뻐해야 될 텐데 내 마음은 대체 왜 그랬을까? 울 정도로 슬프지도 분노하지도 않았는데 마음이 이상하기만 했다.


그 다 쓰러져가는 성의 지붕도 없고 허물어질 대로 허물어져서 벽만 네 개 남아있었고 나는 그 안에 갇혀있었다. 벽을 쌓은 건 나였던 모양이다, 아마도.

거기 갇혀서 나갈 수 없기를 바랐다. 쓰러질 거 같은 벽은 곧 철거하는 사람이 올 거 같이 다 무너져 내렸지만 단단하게 벽이 되어 추위에서 나를 보호해 줬다. 그 안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아서 안심이 되었고 안온했다.


어느 날 그 벽을 무너뜨린 사람이 손을 내밀고 그 사람 뒤로 꽃과 햇빛이 찬란하게 비쳐와도 눈물이 났던 건 왜였을까?


그 사람이 묻겠지. 기뻐서 우는 거야? 이제라도 나가서 좋은 걸 많이 누리자. 괜찮아. 이제 넌 자유야.


응, 나도 알아. 맞아. 난 자유지.


말간 얼굴에 내 집이 무너져서 운다고는 한마디도 못하겠지. 만약 그렇게 말하면 이렇게 말하겠지. 왜 우는 거야? 넌 이제 더 좋은 걸 누릴 수 있어. 이건 너한테 좋은 일이잖아. 이제 행복할 일만 남았어. 아마도 그는 숨이 턱턱 막히는 내 우울함을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리라. 그건 그가 나빠서가 아니고 정말로 이해하지 못하는 거니까.



우울도 재능이고 부러워한다는 그 이야기를 좋아한다. 그 우울이 우리의 풍부한 감성이고 다채로운 감정선을 나타낸다고 했다.


그 말이 좋았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슬픈 것도 어쩔 수 없을지도 모른다. 안 슬퍼질 때까지 아무 말 말고 조금만 기다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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